▲조지 와이덴펠드.

지난 1938년 나치 홀로코스트 당시 고향인 오스트리아에서 기독교인들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던 한 유대인이, 이제는 IS(이슬람국가)에 의해 살해될 위기에 처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2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크리스천포스트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지만 그가 기독교인들만 구조하려 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도 주고 있다.

95세의 영국인 조지 와이덴펠드(George Weidenfeld)는 신앙 때문에 대량학살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자신과 매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기독교인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

와이덴펠드를 비롯한 여러 유대인들은 과거 영국 퀘이커교와 플리머스 형제교회(1830년에 잉글랜드에서 시작된 엄격한 개신교 교파) 교인들의 도움으로, 나치의 마수에서 벗어나 영국으로 피신해 목숨을 건졌다.

와이덴펠드가 영국에 도착했을 당시 나이는 5살에 불과했고, 수중에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옷과 음식을 제공해준 기독교인들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었고, 1969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고 1976년에는 귀족으로 인정받았다. 와이덴펠드는 현재 백만장자로, 와이덴펠드&니콜슨출판사(Weidenfeld & Nicolson publishing company)의 소유주다.

그런 와중에 IS에 의한 이라크·시리아 기독교인 대학살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이제 자신이 기독교인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나섰다. 그는 와이덴펠드기금(Weidenfeld Safe Havens Fund)을 설립하고 가장 먼저 2000여 명의 기독교인들을 폴란드의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지난 주에는 150명의 시리아 기독교인들이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필요한 경비를 지원했다.

와이덴펠드는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게는 갚아야 할 은혜의 빚이 있다”면서 “2차대전 당시 퀘어쿼교도와 다른 기독교인들이 나를 포함해 많은 유대인 아이들을 영국으로 피신시켰다. 그것은 매우 숭고한 일로, 유대인들은 진정으로 감사하고 있고, 이제 위험에 처한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이덴펠드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전야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669명의 어린이들을 구조해 ‘영국의 신들러’라고 불린 니콜라스 윈턴(Nicholas Winton) 경에게서 이번 프로젝트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와이덴펠드는 특히 600만 명의 유대인들과 500만 명의 비유대인들을 죽인 아돌프 히틀러의 만행도 끔찍하지만, IS의 극악무도함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나치는 정교하게 대학살을 감행했지만, IS는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측면에서 전례가 없다”면서 “공포와 가학적인 측면에서 역사상 이들과 같은 쓰레기 집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와이덴펠드기금은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와이덴펠드기금은 세계 각국의 후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익스프레스(The Express)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기금이 야지디족과 같은 소수종교인들이나 다른 무슬림들을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거절했다. 와이덴펠드기금이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만 우호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와이덴펠드는 이에 대해 “이 기금의 우선적인 목표는 기독교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라면서 “나는 세계를 모두 구원할 수는 없다. 만약에 무슬림들을 구원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원하는 이들이 그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