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 선교사.

“배의 갑판 위에서 조선의 땅을 바라보면 황량한 땅과 언덕은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로 험해 보인다. 그러나 일단 이 땅 안으로 들어가면, 풍경은 울창한 계곡과 비옥한 토지로 바뀐다. 멀리서 바라본 것으로 이 나라의 풍부한 자원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며, 그 어떠한 선입견도 갖지 말지어다. 밖에서 보면 마치 동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알리바바 보물의 방과도 같다(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의 일기 중에서).”

배재학당역사박물관(관장 김종헌)에서는 개관 6주년을 맞아 ‘아펜젤러의 친구들: 100여년 전 서양인의 서울 생활’ 기획전을 24일 오후 4시 30분 개막한다.

전시에서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이자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의 앨범, ‘코리안 리포지터리(The Korean Repository)’, ‘코리안 리뷰(Korea Review)’, 각종 방문기, 역사서, 소설, 동화 등 다양한 그들의 기록을 통해 당대 조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펼친다.

‘우울하거나 황량한 조선’이 아니라, 울창한 계곡과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는 ‘알리바바 보물의 방(아펠젤러의 일기 中)’의 조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동·서양 문화가 뒤섞이는 ‘용광로 서울’의 모습과 정치적으로 왜곡되지 않은, 일상생활 속 자생적 근대화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회에서 소개되는 ‘아펜젤러 앨범’. ⓒ박물관 제공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1890-1900년 조선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아펜젤러 앨범이 최초로 전체 공개된다. 1899년 경운궁을 중심으로 영국공사관과 총해관, 중명전의 원래 모습인 수옥헌 일대를 촬영한 정동 일대의 사진, 1895년 명성왕후 장례식 사진, 1898년 한옥 이화학당 사진, 세검정 사진 등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사진이다.

또 조선 최대의 격동기였던 1893-1905년, 대한제국 총세무사 존 맥리비 브라운이 영국왕 조지 5세의 대관식에서 입었던 예복과, 그가 소장했던 1858년 발행 셰익스피어 문학작품집도 공개된다. 6살 Tracy Mae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 등 60여장의 유리 건판도 전시된다.

이 밖에 선교사이자 한글을 사랑했던 언어학자 호머 헐버트에 의해 재해석된 별주부전 <엄지 마법사(Omjee the Wizard)>, 최초의 한글 지리교과서 ‘사민필지’와 함께 게일에 의해 영문으로 번역된 <구운몽>, 서양에 조선을 알렸던 ‘코리안 리포지터리’(The Korean Repository), ‘코리아 리뷰’(Korea Review)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스케일과 성재혁 교수(국민대)가 디자인했으며, 당시 정동을 볼 수 있는 ‘시간여행: 정동1900’ 인터렉티브 미디어 전시를 통해 100년 전의 정동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했다.

▲아펜젤러가 1895년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촬영한 사진. ⓒ박물관 제공

개막일 오후 6시 30분부터는 건축가 하태석(스케일 대표)과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 장, DJ Eunchurn에 의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배재학당 동관을 배경으로 하여 건축과 미디어를 이용한 ‘라이브 프로젝션 맵핑’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오는 11월 15일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11월 22일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 12월 13일 김동진 헐버트기념사업회 회장 등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전시를 통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조선에 도착한 서양인들이 조선의 전통문화를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소화하며 새로운 근대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