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왼쪽부터 이희수 목사, 최더함 목사, 서창원 박사. ⓒ이대웅 기자

개혁신학포럼 제24회 정기세미나가 ‘다음 세대와 개혁교회’라는 주제로 4월 27일 의정부 고산동 열린교회(담임 이진우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덕수 목사(현산교회)가 ‘다음 세대와 개혁교회’, 임경근 목사(다우리교회)가 ‘다음 세대를 말하다: 개혁신앙으로 본 신앙교육’을 주제로 각각 오전 시간 발표했으며, 오후에는 포럼 사무총장 이희수 목사 사회로 서창원 박사(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이사장)와 최더함 목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연구원)가 좌담을 진행했다.

성경적 교회 설립 열심 좋지만
‘머리와 입으로만’ 빗나간 열심
어설픈 이해로 분열도 계속돼
시대정신과 형편 맞게 적용을

최덕수 목사는 한국 개혁교회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성장통을 짚으면서, 바람직한 개혁교회상과 개혁교회를 다음 세대에 상속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언했다. 그는 앞서 다음 세대를 우려하는 외적 원인으로 세속화를, 내적 원인으로 신앙교육 부실을 꼽았다.

‘성장통’에 대해 최 목사는 “최근 한국에서 개혁교회가 점차 많아지는 것은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분명하고 폭넓은 이해를 갖지 못함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며 “말씀의 본의를 드러내고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려는 열심은 좋지만, ‘머리와 입으로만’ 신학하는 이들의 빗나간 열심과 기존 교회에서의 상처와 아픔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나쳐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는 일들도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혁파 교회들의 분열도 계속되고 있다. 배타적 진리를 드러내 지키는 일로 인해 겪는 분열과 소외는 진리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어설픈 이해와 미성숙으로 야기되는 나눔과 분열은 긍정적일 수 없다”며 “개혁신학을 하는 이들은 머리만 커져선 안 되고, 마음까지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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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개혁신학포럼

바람직한 개혁교회상에 대해서는 ①개혁주의 신학원리가 적용된 개혁교회 ②정체성과 상관성의 균형을 이루는 교회 ③성숙한 신앙인격 ④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을 꼽았다. 특히 ②에 대해 “거룩성을 위해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면 세상을 구원하는 기관이 될 수 없고, 상관성을 중시한 나머지 소통에만 지나친 주의를 기울여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6세기 종교개혁 시대가 아닌 21세기 한국 사회 속에 살고 있으므로, 개혁교회의 전통을 외형적으로 무조건 따르기보다 개혁자들이 예전과 질서를 만들었던 이유와 동기를 고민하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정신과 문화를 알고 개혁신학의 원리를 지교회 상황과 형편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시편찬송만 무반주로 불러야 한다거나, 성찬 전에 반드시 가정 심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16-17세기 종교개혁자들이 다시 살아 나와도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혁교회를 다음 세대에 상속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①세대를 통합하는 예배와 교제 ②다자녀 출산 ③가정 중심의 신앙교육 ④신앙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 ⑤기독 학교(Christian School) 설립 등을 제안했다. 특히 ②에 대해 “한국교회의 양적·질적·지속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성경적·획기적·현실적 대안은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라며 “서구 개혁교회가 조금씩 성장하는 이유는 교인들이 지금도 자녀를 5-6명씩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앙교육 실제에 대해선 “칼빈 신학에서 예정론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나, 칼빈의 신앙교육서에는 ‘예정’이나 ‘성령의 신비적 사역’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는 어린 학생들이 배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주일학교와 요리문답 교과 과정은 가능한 한 어려우면서 엄격하게 만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성됐다. 일반적으로 개혁교회는 피교육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은 진정한 배움이 가능한 학교에 목말라하고 있다. 개혁교회는 이런 학교를 세우는 일에 힘써야 한다. 다자녀 출산과 함께 기독 학교를 세우는 일은 성장 가능한 교회를 세우는 또 하나의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세속 사회와 교회 변화에 대응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제대로 된 기독교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존 칼빈 하면 ‘예정론’인데,
신앙교육서엔 왜 빠져 있을까?
코로나19, 가정예배로 이겨내
주일학교에서 가정 위주 교육
교회, 세대 통합 예배 회복을
기독교 학교 교육 매우 바람직

이어 임경근 목사는 “주일학교 1시간 신앙교육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걱정스럽다. 부모와 분리해 드리는 주일학교 예배는 심각한 영적 결핍에 고통한다”며 “효율적 신앙교육을 한답시고 주일학교 연령대를 세분화하지만, 신앙훈련도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익할까? 주일학교가 없었던 18세기 이전 자녀는 부모와 함께 예배했다”고 운을 뗐다.

임경근 목사는 “매일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가정이 5%도 안 될 정도로, 가정에서 신앙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가 신앙교육을 교회 중심으로 해온 탓에,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며 “2020-2022년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가정예배가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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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근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개혁신학포럼

임 목사는 “개혁신앙에서 언약은 중요한 개념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맹약이다. 하나님이 은혜로 인간에게 구원을 약속하고, 인간은 믿음으로 그 약속에 응답하면서 언약 관계를 맺는다. 언약 신앙의 특징과 위대함은 당대에 머물지 않고, 다음 세대를 향한다”며 신앙교육의 ‘거룩한 삼각형’인 가정과 교회와 학교 등 3가지 영역을 살폈다.

먼저 가정에 대해 “주일학교 위주 신앙교육을 가정으로 되돌려야 할 때가 됐다. 가정마다 매일 가정예배를 통해 신앙교육을 이어갈 수 있다. 언약 신앙은 가정의 신앙교육적 역할을 적극 이끈다”며 “코로나19 때도 매일 가정예배를 통해 신앙교육을 잘하고 있었기에, 신앙교육에 큰 위기를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교회에 대해선 ‘세대 통합 예배’를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각 따로 예배드리면, 신앙 내용과 문화도 세대별로 분리된다. 신앙의 소통뿐 아니라 전수 또한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신앙은 지식을 넘어 삶으로 통합돼야 하는데, 예배를 공유하지 않으면 통합적 신앙교육은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자녀의 신앙교육을 위해서라도 예배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드리는 통합 모델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예배에 언약이 자녀들이 참석함으로 발생하는 약간의 소음이나 소란은 너그럽게 봐줘야 할 부분이다. 아이가 없는 교회는 조용할 순 있겠지만, 오히려 그 교회에는 미래가 없다”며 “목사의 설교가 어렵다고 예배를 따로 드려야 할까? 어려우면 부모가 돌아가서 자녀들에게 다시 설명해 주면 된다. 따로 예배드린다면, 그런 부모의 교육 기회도 빼앗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희 교회는 2011년 개척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예배하고 있다. 부모들의 여러 염려들과 달리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에 금방 익숙해지고 배우게 된다. 교회들이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며 “세대 간 단절로 신앙교육 위기가 점점 커가는 시대에, 예배의 세대 간 통합모델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 대해선 “기독교 학교는 전 교과목을 기독교적 곧 성경적 세계관으로 조명하면서 가르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한 형태의 교육이다. 학생들이 모두 언약의 자녀이기에 공통적 관심사로 모여 분위기도 좋다”며 “기독교 학교에서는 성경을 가르치면서 교회 역사도 가르칠 수 있고, 찬송을 부르면서 교리교육도 시행할 수 있다. 이런 좋은 기독교 학교가 많이 세워지면 좋겠다”고 했다.

오후 좌담회에서 서창원 박사는 “한국교회 다음 세대 위기의 원인은 먼저 복음의 순수성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1차로 강단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그리고 부모가 바르게 신앙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 문제는 결국 부모의 문제다. 신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목회자 자녀들마저 각자 인생 알아서 살도록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최더함 목사는 “한국의 기독교는 유교 사회를 바탕으로 이식된 ‘유독교’와 같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성경적 기독교와 일치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세대 통합 예배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믿음의 공동체보다 혈연·가족을 중시하고, 남녀칠세 부동석, 남녀유별 등 유교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미국 기독교 가정에서 대부분 하고 있는 ‘입양’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