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이스라엘, 하마스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처음으로 가자지구 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스라엘 안보 동맹국이자 최우방인 미국은 해당 결의안과 관련한 표결에 기권표를 던졌다. 작년 10월 이후 추진됐던 안보리의 휴전 요구 또는 촉구 결의안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던 데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25일(이하 현지시각) 공식회의를 열고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의 찬성으로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에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기간 분쟁 당사자의 존중 하에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과 더불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지난 22일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휴전 관련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으나, 당시엔 부결됐다. 해당 결의안에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해 진행 중인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과 휴전을 연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이날 안보리를 통과한 새 결의안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노력이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이를 휴전 요구와 직접적으로 연계하지는 않았다. 

안보리 결의는 통상 구속력을 지니지만,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결의안 채택 이후 발언에서 이것이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이것은 구속력이 없는 결의”라면서 “따라서 하마스를 추적하는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유엔 헌장 25조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학계에선 모든 결의가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지 아니면 유엔의 무력 사용 원칙 등을 규정한 유엔 헌장 제7장에 따른 강제 조처만 구속력을 갖는지를 놓고 오랜 학설 대립이 있었는데, 미국은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결의의 구속력 여부는 향후 안보리가 이스라엘을 겨냥해 제재에 나설 수 있느냐와 직결돼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번 결의에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한 만큼, 안보리가 이스라엘에 대해 결의를 준수하지 않는다며 제재하려는 것을 미국이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한 것에 격하게 반발하며, 이번주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던 결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미국의 기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인질을 풀어주지 않고도 휴전이 허용된다는 희망을 하마스에 심어 줌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과 인질 석방 노력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물론, 극우 연정에 속하지 않은 정부 내 주요 인사들도 안보리 결의를 성토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전시내각 구성원인 중도파 야당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은 납치된 이들이 돌아오고 하마스의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싸울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리 결의 채택에도 이스라엘군의 작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 역시 25일 배포한 성명에서 포괄적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진정한 수감자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협상 중재국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