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재범률 낮추는 소망교도소

편지 낭독, 세족식, 아버지학교…
가족과 사회 앞 순결서약 선서도
교도관 백 마디 응원보다 가족들
응원·믿음·지지가 변화의 원동력

▲한 가족이 수형자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소망교도소

“(아내에게) 언제나 말로만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겠습니다. 사랑해. 그리움을 담아.”

“성공만 바라보고 살다, 제 행동이 죄가 되는 줄도 모르고 폭주기관차처럼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과 세상에 홀로 남겨진 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아버지와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왔는데, 아버지 없이 살고 있는 자식을 생각하니….”

3월 22일 오후, 경기 여주시 소망교도소의 ‘가족 만남의 날’ 행사. 한 수형자(受刑者)가 담담히 ‘가족에게 쓰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다,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지켜보는 가족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수형자와 가족이 포옹하고 있다. ⓒ소망교도소

세계 유일 ‘교화 목적 비영리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이사장 김삼환 목사, 소장 김영식 목사)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수형자들의 성공적인 교화(敎化)를 위해 가족들과의 접촉 면을 늘리고 있다.

소망교도소에 수용되는 신입 수형자는 3개월 신입교육을 진행한 뒤 수료식을 진행하는데, 이때 가족들을 초청한다. 행사에서는 가족에게 쓰는 편지 낭독, 세족식, 아버지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수형자들은 “나는 아버지 (아들) OOO로서 성적으로 순결하고, 영적으로 거룩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사랑하는 가족과 사회 앞에서 서약합니다”라는 순결서약 선서도 하고 있다.

▲수형자들의 ‘순결서약 선서’ 모습. ⓒ소망교도소

행사에서 수형자와 가족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면서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세족식에서는 수형자들이 바깥 세상에서 자신 없이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던 가족들의 발을 씻기며 참회의 시간도 갖는다. 이는 여러 이유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는 여타 교도소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과 방향성.

이날 행사에는 앞서 오전 시간 열린 제54차 정기 이사회를 마친 이사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를 비롯해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과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이사장) 등 이사진들도 함께했다. 행사에 참관해 수형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교도소 내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들을 만난 것.

수형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삼환 목사는 “저도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환경이나 주변 여건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실수를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위로했다.

▲김삼환 목사가 신입 수형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소망교도소

김삼환 목사는 “한 사람의 변화된 삶은 그와 그의 가정 전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한 번의 잘못은 용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곳에서 예수로 말미암아 새 사람으로 거듭나,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 100배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에 대해 김영식 소장은 “신입 수형자가 오면 3개월 동안 교도소 소개와 더불어 아버지학교를 진행한 후, 수료식과 함께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는다”며 “교도관의 백 마디 응원보다, 가족들의 응원과 믿음, 지지가 수형자들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소망교도소

김 소장은 “교화가 가장 힘든 부류가 마약사범인데, 가족들이 끝까지 지지하면서 기다려 주니 마약을 끊어냈다. 그래서 수형자들과 가족의 관계가 깨어지지 않도록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가족들과 이미 단절된 경우라면, 뜻있는 자원봉사자들과 결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멘토링해서 수형자들이 알지 못했던 가족 간 관계의 가치와 가족애를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곳에서 수형자들이 아무리 잘 변화돼도, 출소 후 사회에서의 시선이 변화되지 않거나 가족들이 미처 준비돼 있지 않다면 적응이 힘들어지고, 재범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 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교회만이 가능하다. 수형자들에게도 영성훈련과 신앙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 수형자가 가족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소망교도소

김영식 소장은 “재범 요소는 주거 문제부터 건강, 관계, 직업 등 다양하다. 갖가지 결핍을 맞춤형으로 보완하고, 사회의 좋은 자원과 연결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며 “교회와 자원봉사자, 선교단체와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안쓰럽다고 출소자들을 함부로 교회에서 일대일로 케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스템을 통해 협력하면 신뢰 속에서 재범 없이 갱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소망교도소는 정기 이사회를 맞아 국제교도협회(PFI) 한국지부와의 업무협약식, 아가페 재단기(旗) 게양식, 로뎀나무 카페 개소식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