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뢰헬 갈보리로 가는 길
▲피터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의 ‘갈보리로 가는 길(The Procession to Calvary, 1564년)’, Oil on panel, 124×170cm,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소장.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요한복음 12:24-27)”.

한 알의 밀이란, 희생의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실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공관복음에서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가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예수님께서 수난의 의미를 설명하는 비유로 언급돼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우주적 진리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바울 역시 같은 교훈을 한 적이 있습니다(고린도전서 15:36 이하).

죽음을 통해 생명을 얻는다는 말씀은 주님의 일상적 가르침입니다. 여기서는 제자들도 주를 따라 고난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 교훈을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생명을 미워한다는 의미로 교훈하십니다. 자기 생명을 미워한다는 말의 의미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자기 생명을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26절 “나 있는 곳에”라 함은 앞의 문맥과 관련하여, 예수님 십자가의 길, 곧 고난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을 섬기려는 사람은 예수님을 위해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고난 이후 받게 될 미래의 영광을 제자들에게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도 받는다는 사실은(롬 8:17) 신자들에게 소망이 되는 말씀입니다.

27절 예수님의 기도가 참 애절합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하나님 뜻을 이 십자가의 무거운 고통 외에 다른 방법으로 이룰 수 있다면 그 길을 열어 달라는 것입니다. “이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이 말씀은 기도의 한 형태일까요, 아니면 예수님께서 진실로 그때를 면하시기를 바라신 것일까요?

예수님은 결단코 십자가를 피하려 하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이미 자신을 포기하고 빨리 그 십자가의 순간이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신 것입니다.

우리 성도들도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만납니다. 고뇌와 절망 앞에 쉽게 포기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세상까지 외면하려 합니다. 나약한 모습으로 자괴감에 쌓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극도의 상황이 임하자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십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겪으시는 고통의 과정을 보여주십니다. “마음이 괴롭고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비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당신의 고뇌와 해결책을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극심한 고통을 회피하고 싶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만,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 이루실 구원의 길을 위해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습니다.

당신 자신을 내어놓음이 어떤 의미인지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싹을 틔우고 자라 많은 수확을 얻듯,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류가 얻게 될 영원한 하늘 소망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어릴 때 흔히 불렀던 ‘나의 살던 고향’ 속 가사처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을 만드는 그 시기, 국화꽃은 꽃인지 풀인지 분별이 안 될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춘삼월이 지나고 불타는 장미의 계절도 지나고 삼복더위도 지나간 후, 꽃이란 꽃은 다 시들거나 사라지고 드디어 국화가 피기 시작해 첫 눈이 올 때까지, 열정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한껏 뽐내 사람들 마음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평소 사랑을 받거나 주목받지 못하다 가을이 되어서야 모두에게 주목받으며 축복의 향기를 피우는 국화 옆에서, 서정주 시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여름의 상징은 매미 소리입니다. 겨울이 끝나는 때는 눈이 사라지고 추위가 물러가는 것입니다. 여름이 끝나는 때는 매미 소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매미가 나무에서 울지 않는다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매미가 지상에서 성충으로 사는 기간은 불과 한 달 남짓입니다. 그 한 달 동안 수컷 매미는 암컷을 불러들여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것입니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 매미는 바로 죽고,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고 죽습니다. 사람들은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 때를 기억하지만, 매미는 땅 속에서 나무 뿌리 진액을 먹으며 7년 간 살아갑니다. 한여름 매미의 구슬픈 노랫소리는 생명이 끝남을 안타까워하고, 소임을 다 마쳤음을 세상에 알리려 함은 아닐까요?

물질만능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상처가 되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희생과 섬김의 삶은 점점 멀어질 뿐 아니라, 생각조차 싫어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섬김과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세상을 구원하고자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섬기러 오신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는 기꺼이 이웃을 위해 우선 자신을 내어주고 봉사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그들의 모진 어려움과 고통에 동참하는 삶이야말로 살아가는 이유요 방법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고 이웃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을 때, 영원한 하늘 소망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요즘 러시아에 한국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상태라는 뉴스가 이슈입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서는 교회 20곳이 불탔다는 슬픈 소식도 들립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무슬림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는 22명의 선교사 가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합니다.

소위 이슬람 국가(ISIS)는 이라크에서 가장 큰 기독교 도시 ‘콰라고쉬’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수백 명의 남녀와 아이들이 참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라크 성도들은 그런 잔학 행위에 대해 기도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믿는 성도들은 해외 선교사들과 동포들을 위해 적극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순절 5주째를 맞는 이 시기, 예수님께서 우리 같은 죄인들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어주신 그 사랑을 본받아,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화 행복을 주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르며 살고 있습니다. 이를 불쌍히 보신 예수님께서는 침 뱉음과 포악한 채찍을 맞으시고, 도무지 인간이 질 수 없는 십자가 멍에를 지시고, 처참한 죽음으로 우리 인류의 죄를 말끔히 씻어주십니다.

영원한 하늘나라의 소망을 선물하시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 놓으시고, 심지어 피와 눈물과 땀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쏟으신 주님의 그 사랑을 우리는 마음과 행동으로 표현하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결코 거저 들어가는 곳이 아님을 깨닫고, 이 세상에서의 삶이 피곤하고 고통스러워도 끝까지 참고 인내해야 하겠습니다.

유한한 세상에서의 고통은 순간이지만, 저 영원한 생명나무가 무성한 하늘나라에는 근심과 두려움, 고통이 없고 기쁨이 충만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세상에서 누리지 못했던 빛난 영화와 영원한 안식을 누리며, 늘 감동이 춤추는 하루하루를 살게 될 것입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