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대위임령 완수 위한 개념 정립
1. 선교적·대사회적 책임 개념 구분
2. ‘총체적 선교’ 용어 사용 자제를
3. 4차 대회, ‘우선성’ 선명히 밝히길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지난해 11월 6일 온누리교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크투 DB
1.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의 역할과 영향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대회에서 신학위원장 역할을 맡으면서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로잔 운동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로잔 3차 대회에는 전 세계 198개국에서 4,200여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여했고, 여기에서 선언된 케이프타운 서약은 향후 로잔 운동과 세계 선교의 방향 설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역할을 했던 라이트는 지난해 11월 6일 한국을 방문해 ‘순종하는 신앙’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그가 가졌던 신학적 고민들과 지향점을 한국교회와 나눴다.

라이트는 로잔 언약의 집필자이며 로잔 신학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존 스토트의 뒤를 이어 로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이므로, 그의 강의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것은 제4차 로잔 운동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크리스토퍼 라이트 강의 핵심 내용

라이트는 강의에서 “열방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것은 로잔 운동의 핵심적 DNA였고, 오늘날까지 이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9년 2차 마닐라 대회에서 복음과 사회적 책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지만 사회적 책임을 갖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우선순위를 그때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4년 태국 파타야에서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을 다룰 때 사회적 이슈들을 많이 다뤘지만, 정작 복음을 다루지 않아 로잔 운동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로잔에 있어 복음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복음과 사회적 책임은 같이 가는 것인데, 하나라도 빠진 것은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성이 아닌 총체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끝 부분에 가서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략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는 로잔 운동의 핵심 DNA이고, 이 우선순위가 밀리면 안 된다”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거듭난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서도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복음의 우선성과 총체성을 함께 강조한다.

3. 크리스토퍼 라이트 강의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

라이트의 강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보이고 있다. 첫째, 라이트의 강의에는 ‘핵심 DNA’와 ‘우선성’ 같은 단어와 ‘총체적 선교’라는 단어가 뒤섞여 나온다는 점이다.

문제는 ‘핵심’과 ‘우선성’ 같은 단어는 ‘총체적’이란 단어와 논리적으로 상충된다는 점이다. 그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핵심 DNA이며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총체적 선교라는 말을 통해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을 범한다.

둘째, 만약 라이트가 세계 복음화는 로잔운동에서 우선순위를 지닌 핵심 DNA이고 이 목적을 위한 방법으로서 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함께 간다는 의미로 총체적 선교를 말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그는 총체적 선교의 의미가 방법에 있어서의 총체성인지, 아니면 로잔 선교의 목적에 있어서의 총체성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함께 섞어 우선성과 총체성의 두 상충되는 용어를 함께 사용함으로 개념 혼동을 초래한다.

이러한 혼동은 라이트 혼자만의 혼동으로 끝나지 않고, 로잔 운동 전체에 개념 혼란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로잔 운동의 선명성을 상실하게 만들어 선교 운동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크리스토퍼 라이트 강연 모습. ⓒ크투 DB
4. 개념 정립을 위한 한 방안으로서 짧은 제언

위에서 제기한 문제는 쉽게 정리되기 어렵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임을 필자 역시 잘 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주신 지상 대위임령의 효율적 완수를 위해서는 최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목적과 방법의 관계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선교적 책임과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을 구분해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로 두 책임을 ‘선교’라는 한 단어로 묶지 말고, 선교적 책임은 세계복음화를 핵심 목적으로 삼고, 대사회적 책임은 정의, 평화, 생명살림, 인간화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를 하면 개념이 선명해져 평신도들도 좀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고 자연히 선교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선교 개념에 선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서의 말과 행위,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 등은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말과 행위, 전도와 사회적 책임 등은 어디까지나 ‘세계 복음화’라는 선교의 핵심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과 자세로서의 위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는 자칫 목적의 총체성으로 오인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가능한 ‘총체적 선교’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그래도 꼭 사용하려면 방법에 있어서의 총체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아 보인다.

셋째,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한국에 와서 강의할 때는 한국교회의 복음적 분위기를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강의 중 ‘핵심 DNA’, ‘우선성’, ‘우선순위’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케이프타운 서약에는 ‘우선성’ 같은 용어가 사라진 대신, ‘총체성’과 같은 단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 영향인지 한국 선교학계에서도 우선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과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강하다.

라이트가 강의에서 말한 대로 “열방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것은 로잔 운동의 핵심적인 DNA였고, 오늘날까지 이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다”면, 로잔은 이번 4차 대회에서 복음의 우선성을 선명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모든 아젠다들은 궁극적으로 이 복음화의 핵심 목적으로 연결되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 성공적인 4차 로잔 대회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후기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로잔 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마음으로 기고하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필자의 저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기 바라며,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소통이 가능하다. 라이트의 강의 내용은 크리스천투데이 2023년 11월 7일자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자가 말한 로잔의 정신’ 기사에 실렸고, 이 글에 나오는 직접 인용은 이 기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안승오
▲안승오 교수.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