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한 화백
▲이요한 화백이 골고다에 오르는 예수 그리스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성화작가로 ‘성화’ 외길만 걸어 온 화백 이요한 권사(성남시 혜성감리교회)가 오는 25일부터 내달 8일까지 동대문구청 2층 아트갤리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그 일부 작품 기념성화전’을 전개한다.

이요한 화백은 1989년 금란교회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성남시민회관, 경복궁역 전시관, 이화여자대학교, 진흥아트홀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여러 권의 성화집을 출판했다. 또한 기독문화예술원 4회 미술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다큐멘터리 STS에 출연하기도 했다.

6일 진흥갤러리 작업실에서 만난 이 화백은 그간 작품에 집중하느라 오랜만에 전시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이요한 화백은 초상화가 그림의 전부라 생각하던 시절인 1979년, 덕수궁 세계명화전에 갔다가 얀 반 에이크의 성화 ‘수태고지’를 접하며 큰 감격을 받은 후 성화의 길로 들어섰다.

“저는 미술에 대한 전문 수업은 전혀 받지 못했고, 그저 그림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덕수궁에서 열린 세계 명화전에 가 성화를 처음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 앞에 서원을 했습니다. 제게 재능을 주신다면 평생 성서를 그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이 화백은 약 10년 동안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를 거의 베끼다시피해서 그림 그리는 방법을 터득했고, 산골짜기에 파묻혀 홀로 그림을 그려 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진흥문화의 박경진 장로를 만났고, 연습한 그림들을 모아 1989년 금란교회에서 첫 성화전시를 가졌다. 그리고 박 장로의 후원으로 작품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림을 그려서 다른 이들에게 주는 것만 제가 복음을 전하는 길이라 생각했었는데, 잘못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박동진 장로님을 만나 금란교회를 여러 곳에서 전시를 했고, 이 과정에 한 어린아이가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제게 편지를 써줬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성서미술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지독하게 노력하고 연구해서 약 500점을 만들었고, 지금 살아남은 작품이 350점 정도 됩니다. 그로부터 2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의 성화 작업에 또 다른 영향을 준 사람은 프랑스 예술가 ‘제임스 티소’였다. 귀스타브 도레만 알던 그는 우연히 제임스 티소의 작품을 보게 됐고, 수소문 끝에 그의 화보집을 찾았다. 그리고 이 화백은 제임스 티소를 따라잡으려 애썼다고 한다.

“그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 성서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유화를 쓸 줄 몰랐습니다. 그저 능력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서 그림의 색채와 맞는 혼합기술을 터득하게 됐습니다. 구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기도하며 작업에 임했습니다. 혼합을 하다보니 물감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것을 다 인도해 주시고 역사해 주셨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간증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하나님께 서원한 후 44년 동안 성화,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집중적으로 그려 왔다. 그 이유에 대해 “구약성경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많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신약성경이 복음 전도를 가장 깊게 할 수 있고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신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 몇 년 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화보집까지 출판하게 됐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그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나이가 드니, 작업을 못하게 되기 전에 신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대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핵심은 십자가 사건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회개했습니다. 십자가는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크고 웅장한 사건입니다. 이에 대한 대작을 남기고 싶은데 아직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대작을 그리기에는 벅찬 여러 환경이 있습니다.”

포스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그 일부 작품 기념성화 전’ 포스터.

이 화백이 원하는 대작은 아직 끝내지 못했지만, 이번에 동대문구청 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그 일부 작품 기념성화전’에는 십자가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2004년 개인전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갖게 되는 전시이기도 하다.

“작품에 몰두해 그간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간 전시 요청이 와도 하지 않겠다 했는데, 이번 전시는 우연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동했습니다. 구청장이 크리스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또 동했습니다. 특별한 하나님의 역사가 있을 것 같아서 기도하며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전시의 주관자가 사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세속적 문화 속에서 기독 예술 문화의 확산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문화를 통해 동대문구청 공직자들과 동대문구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전도의 기회, 복음의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특별히 그는 이번 전시에 어린아이들이 관람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대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독교 문화와 예술을 접하거나 볼 기회가 없다”며 “아이들이 게임을 많이하는데, 사단은 게임을 통해 하나님과 멀어지게 한다. 사단은 아이들이 기독교 문화를 통해 하나님과 가까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더욱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감동을 받길 원한다. 아이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서미술관 건립의 꿈을 언급한 그는 “성서 미술관이 건립되면, 이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감동을 받고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미술 기념관이 없는데,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담은 미술기념관이 있다면 좋겠다.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성서미술관 건립이 이뤄지게 될 것을 믿는다”고 했다.

성화미술관
▲그가 만든 성서미술관 모형. 내부에는 작은 사이즈의 성화들이 걸려 있다. ⓒ김신의 기자

또 그는 “성서미술관은 성서미술관다워야 한다. 건물 지었다고 성서미술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마음에 기쁘셔야 한다”며 “돈이 되지 않으니 누구도 성화를 그리려 하지 않는다. 제자도 키우려 했는데 다 떠나갔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고자 할 때 성서를 그릴 수 있다. 한국에 성서 미술의 역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이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을 하나를 설명하며 “예수님께서 피 흘리며 가신 골고다 길을 우리가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주님은 이미 승리하셨다. 성경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 했다. 예수님의 흔적을 따라갔으면 한다.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면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그 일부 작품 기념성화전’은 동대문구교구협의회가 후원한다. 개회예배는 3월 25일 오후 3시에 드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