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 큰 운동, 다양한 목소리 존재
총체성·균형·포용 강조 경향 있어
균형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해
연결 핵심 방향 확실하지 않으면
세계 복음화 원래 목적 달성 난망
총체성 더 강조, 소탐대실 우려돼

로잔대회 714 기도대성회 로잔대회 714 기도대성회
▲지난해 7월 14일 로잔 대회 준비를 위한 기도대성회 모습. ⓒ크투 DB
◈로잔의 영향력

로잔 운동은 복음주의 진영의 가장 대표적 운동 중 하나이며, WCC와 함께 세계 선교의 양대 축을 이루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귀한 운동이 올해 2024년 한국에서 역사적인 제4차 희년 대회를 열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로잔 대회에는 약 5천 명의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들은 전 세계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선교와 교회의 책임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물들은 전 세계 모든 신학교와 선교 훈련 등에서 계속 읽히고 가르쳐진다.

따라서 로잔이 내어놓는 문서들은 교회가 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아주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즉 로잔 대회가 모이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문서들이 계속적으로 교회 선교의 방향을 지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로잔대회가 어떤 논의를 하고 어떤 문서를 남기느냐 하는 것은 교회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로잔의 합의도출 절차

로잔 안에는 매우 다양한 조직들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이슈 그룹들(Issue Networks)과 선교 권역(Regions)들 그리고 차세대 리더들의 모임(Younger Leaders Generation, YLGen) 등이 있다. 금번 4차 대회에도 지역별 국가별 모임, 25개 이슈트랙, 다양한 소그룹 모임 등이 예정돼 있다.

이런 다양한 그룹들로부터 올라온 이슈들이 논의되고 그 결과물들이 로잔 문서들에 반영된다. 이런 점에서 로잔의 회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민주적인 상향식(Bottom up) 의사 결정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조직의 의사결정이 상향식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즉 로잔 핵심 리더들의 사고와 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종적인 선언문 등은 선언문을 작성하는 준비위원회와 위원장 역할이 매우 크다. 위원장과 위원회가 어떤 신학적 사고를 지니고 있는가가 로잔 결과물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다수의 참여자들이 의견을 내지만, 그 목소리를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은 여전히 핵심 지도자들의 몫이 되고, 그런 점에서 지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로잔의 예상되는 진로

로잔은 워낙 큰 운동이므로 그 안에 매우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고, 그리스도의 지상 대위임령의 성취를 위해 복음의 우선성과 건강한 교회성장 등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다.

로잔과 같은 연합 운동들은 기본적으로 연합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어떻게 하든 이런 목소리들을 가능하면 다 수용하려 한다. 그런데 연합을 이루려면 어떤 특정 그룹의 의사만을 반영할 수 없기에,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 있는 큰 틀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자연스럽게 통전적 선교, 총체적 선교, 균형, 포용 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로 포용성과 균형 등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로잔이 이런 균형을 잘 이끄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균형도 중요하지만, 방향 또한 중요하다. 균형이 주로 방법과 태도에 있어 많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면, 방향은 주로 목적과 연관해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방향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추구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동시에 서울도 가고 부산도 갈 수는 없다. 중요하고 우선적인 방향을 정해 그곳부터 갈 수밖에 없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선성 또는 우선순위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세상의 기본 이치다. 세상 어떤 기구도 모든 목표를 한꺼번에 다 등가로 두고 추구하는 곳은 없다.

‘새의 두 날개’라는 균형이 중요하지만, 문제는 그 새가 어디를 향해 날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균형을 잘 맞추어 잘 날아간다 해도, 올무를 향해 날아가면 그 새는 불행해지는 것이다.

로잔 대회에 수천 명이 모여 갖가지 다양한 논의들을 하는데, 그 모든 논의가 하나로 연결되는 핵심 방향이 확실하지 않으면, 대회는 다양하고 화려한 이슈들로 흥행은 이룰지는 모르지만, 로잔의 본래 태동 목적인 세계 복음화에 대한 기여는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로잔은 이 글 제목인 ‘로잔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로잔이 숙고해야 할 질문

이번 로잔 4차 대회를 앞두고 ‘복음의 우선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 한국의 경우는 아직 복음적인 경향이 강하기에 로잔이 이런 면을 더 강조하는 것 같은데,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023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2010년 남아공 제3차 로잔 대회 신학위원장으로 케이프타운 서약을 작성한 지도자)는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략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는 로잔운동의 핵심 DNA이고, 이 우선순위가 밀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한국로잔 목회자 Pre-congress 초청장에도 ‘복음의 우선성과 포괄성이라는 큰 기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로잔은 3차 대회 때 ‘우선성’이란 용어 대신 ‘총체성’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 후 로잔에서는 우선성이란 용어 사용을 상당히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총체성 관점에 강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소탐대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총체성의 관점에는 ①선교적 과제와 윤리적 과제를 혼동하는 경향 ②선교의 목적과 방법(또는 태도)을 혼동하는 경향 ③그 결과 선교의 핵심 본질이 약화하면서 선교와 교회가 함께 약화하는 경향 등이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주제는 보는 입장에 따라 상당히 다른 처방을 내놓는 주제이므로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요구되는 주제들이다. 하지만 로잔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주제이므로, 제한된 지면을 통해서라도 추후 하나씩 자세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후기

필자는 한국로잔교수회 회장을 역임하고, 지금도 로잔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로잔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그런 점에서 이번 로잔 대회에 대해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이 글은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기)의 마음으로 기고하는 글이다. 글에 대한 자세한 보충 설명을 원하면 필자의 저서 『로잔운동의 좌표와 전망』을 참조하기 바라며, 자세한 각주나 토론 등을 원하면 이메일(aso0691@hanmail.net)로 소통이 가능하다.

안승오
▲안승오 교수. ⓒ크투 DB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 석사(Th.M) 학위와 철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7 Key Principles of Dynamic Church Growth』, 『Rethinking the Theology of WCC』, 『선교사가 그린 선교사 바울의 생애』,『능력 있는 예배를 위한 7가지 질문』,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핵심 원리 7가지』, 『사도행전에서 배우는 선교 주제 28가지』, 『현대 선교학 개론』(공저), 『한 권으로 읽는 세계 선교 역사 100장면』, 『성장하는 이슬람 약화되는 기독교』,『현대 선교신학』, 『현대 선교의 핵심 주제 8가지』, 『이슬람의 어제와 오늘』, 『현대 선교의 프레임』, 『제4 선교신학』,『성경이 말씀하는 선교』, 『현대 선교신학(개정판)』, 『현대 선교의 목표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