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
▲이상환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 이 교수는 아침마다 “우리가 성경을 열 때, 성경이 우리를 엽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이 우리를 읽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지킬 때, 성경이 우리를 지킵니다. 우리가 성경을 사랑할 때, 성경이 우리를 사랑합니다”라는 신앙고백을 읊조린다고 한다. ⓒ저자 제공

“왜 같은 성경 본문을 두고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할까? 어떤 해석이 옳은 것이고 어떤 해석이 틀린 것일까?”

새해, 성경 읽기에 다시(Re) 도전 중인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한 번쯤 갖게 되는 질문일 것이다. 무턱대고 생각대로 해석하자니 찝찝하고, 그냥 모르는 채로 넘어가자니 섭섭하다. 그러다 성경 읽기마저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한 채 제사법으로 가득한 출애굽기·레위기의 산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의미를 모르니,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Re: 성경을 읽다』는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왜 이해가 안 되는지, 어떻게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성경 해석에 대한 책 내용마저 해석해내야 하는 일부 책들과 달리, 한국 그리스도인들 눈높이에 딱 맞게 잘 풀어준다.

이렇듯 출간되자마자 많은 호평을 받은 『Re: 성경을 읽다』는 크리스천투데이 ‘2023 올해의 책 10’에 선정됐다. 책의 저자 이상환 교수는 지난해 말 후속작으로 『신들과 함께: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도 펴냈다. 본지는 ‘올해의 책’ 선정과 『신들과 함께』 출간을 즈음해, 미국 미드웨스턴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저자 이상환 교수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고대 근동 신론 적절히 활용하면
오직 야훼 신앙이 오히려 높아져
오직 성경, 최종적이고 으뜸가는
가장 중요한 최고의 권위 의미해
배경지식 공부하고, 해석 활용을
진입장벽 낮은 해석학 집필 노력

-신약학을 공부하시고 이번에 ‘구약의 하나님 보기’에 대한 책을 내셨습니다. 학문 여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신학교를 졸업한 후 하나님의 특별계시인 성경을 보다 통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약과 제2성전기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공부가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고대 근동학-특히 고대 근동의 신론-이 제2성전기학과 구약학, 심지어 신약학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구약 성경 저자들이 고대 근동의 신론을 적절히 활용하여 ‘오직-야훼-신앙’을 높인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같은 ‘논쟁적 독법(Polemical Reading)’에 매료되었고, 결국 고대 근동의 신론과 구약 성경의 신론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공부의 흐름을 잡았습니다.

그때부터 성경을 논쟁적 독법으로 읽는 논문들을 학계에 꾸준히 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22년 JSOT(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에서 출애굽기 17장의 아말렉 페리코페(perícŏpe, 발췌한 구절)를 이집트 헬리오폴리스의 창조신화 전통과 비교하는 논문을 출판했고(Moses, the Lifter of the Sky), 2023년 Religions에서 출애굽기 7–15장의 기적 페리코페를 이집트 장례문서인 「관문의 서」의 전통과 비교하는 논문을 출판했으며(The Journey through the Netherworld and the Death of the Sun God), 같은 해 JSOT에서 다니엘 5장 벨사살 페리코페를 바벨론의 신 나부(Nabû)의 속성과 비교하는 논문을 출판했습니다(The Most High God vs. Nabû).

그리고 2024년에는 JTS(Journal of Theological Studies)에서 마가복음 4–5장에 있는 폭풍 및 거라사 광인 페리코페를 이집트-그리스 폭풍신 세트-타이푼의 전통과 비교하는 논문이 출판될 예정입니다(Jesus vs. Seth-Typhon).

지금도 고대 근동 신론을 구약의 신론과 비교하는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쪽 분야 저명한 학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 연구의 목적과 방법론도 점점 구체화되는 것 같습니다. 『신들과 함께』는 이 같은 제 삶의 문맥 속에서 빚어진 제 신앙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도들은 통독 또는 ‘오직 성경’ 슬로건 때문에 성경에 대한 깊은 사색 또는 해석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독서 방식의 장단점이 무엇일까요. 목회자나 신학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도 성경을 ‘해석’해 가며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성경을 사색 또는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행동에는 단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Re: 성경을 읽다』에서 언급했듯, 많은 사람들이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riptura)’의 의미를 ‘오직 성경’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문자적으로 맞는 번역입니다.

하지만 ‘번역은 반역이다(traduttore traditore)’는 말처럼, 번역은 원문에 담긴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솔라 스크립투라를 ‘오직 성경’으로 번역한 경우도 여기에 속합니다. 최근 솔라를 ‘오직(only)’으로 번역하는 일은 부적합하다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의미했던 솔라는 ‘유일무이(solo)’가 아니라 ‘최종적(final), 으뜸가는(prima), 가장 중요한(foremost), 그리고 최고의(supreme)’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성경이 ‘유일무이한 권위’가 아니라, 많고 다양한 권위들 중 ‘최종적 권위, 으뜸가는 권위, 가장 중요한 권위, 그리고 최고의 권위’라는 의미가 됩니다.

re: 성경을 읽다 2023 올해의 책
▲Re: 성경을 읽다 이상환 | 학영 | 248쪽 | 15,000원

그러므로 ‘솔라 스크립투라 정신’은 성경을 제외한 다른 권위들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성경만 권위로 인정하는 다짐이 아니라, 다른 타당한 권위들도 인정하되 성경을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로 인정한다는 다짐으로 봐야 합니다. 아래는 『Re: 성경을 읽다』에서 발췌한 관련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솔라 스크립투라의 다면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직 성경’이라는 표현을 ‘성경만 권위이고 그 밖의 것들은 권위가 될 수 없다’는 의미로 오해 및 오용한다. 이런 분위기는 성경 해석에도 영향을 끼쳐 ‘성경을 성경으로 푼다’는 구호를 ‘성경을 성경만으로 푼다’는 구호로 변질시킨다.

그 결과 고대 근동 문서, 제2성전기 문서, 그레코-로만 문서는 성경 해석에 사용할 수 없는 금기의 자료가 된다. 이런 현상이 개신교 학자들이 외치고 있는 ‘오직 성경’의 의미를 바르게 적용하는 모습일까? 과연 ‘오직 성경’은 성경 이외의 자료는 성경해석에 사용될 수 없다는 의미일까? 결코 아니다.>

위에 언급한 부분을 이해하는 일은 성경 해석에 매우 유의미하게 작용합니다. 성경 저자들은 본인들이 1차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내용들을 온전히 생략한 채 성경을 썼습니다. 우리와 같은 2차 독자들이 성경을 읽을 때 커다란 의미의 공백을 만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분명히 읽기는 읽었는데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여운을 느낍니다. 성경에 생략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성경 저자는 1차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풀어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감하게 생략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자와 1차 독자가 공유하고 있는 배경지식이 없는 2차 독자들은 성경을 읽으며 ‘의미의 공백’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가정하고 있는 배경지식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한 바를 성경 해석에 활용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솔라 스크립투라 정신은 ‘다른 타당한 권위들도 인정하되, 성경을 그 중에 가장 높은 권위로 인정한다는 다짐’입니다. 따라서 고대 근동 자료들을 성경의 권위 아래 복종시켜 사용하는 일은 결코 솔라 스크립투라 정신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솔라 스크립투라 정신을 존중하는 행동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상환
▲이상환 교수는 책에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완전한 성경 해석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없는 이상일 뿐이지만, 우리는 완전한 성서 해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성경과 우리 사이에 벌어져 있는 거대한 공백을 체감하면서 그 공백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 제공

-『Re: 성경을 읽다』는 난해한 해당 주제를 가장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히도록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글쓰기 비결이랄까, 주안점이나 기준점이 무엇이었는지요. 집필 의도와도 연관되겠네요.

“해석학은 매우 중요한 분야이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해석학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 논리적 사고와 역사-철학적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평신도들이 해석학 공부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설령 첫 발을 들여 놓았다 할지라도, 외국인 저자들이 쓴 책을 읽다가 금방 포기해 버립니다.

예컨대, 외국인 저자들은 외국인 독자들을 염두하고 글을 썼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한 예시나 표현에는 한국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혹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독자들은 번역된 책을 읽는 중 ‘의미의 공백’들을 자주 만나다 결국 중도에 하차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목회를 하면서, 이와 같은 악순환을 겪고 있는 성도님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던 중 도서출판 학영의 이학영 대표님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해석학 책을 써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도 평신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해석학 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터라, 기도해 본 후 대표님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책의 목적이 ‘진입 장벽이 낮은 해석학 책’을 집필하는 것이었던지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화나 이미 알고 있는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던지 많은 독자분들께서 ‘책이 쉽다’고 판단해 주셨습니다. 독자들께서 『Re: 성경을 읽다』를 통해 해석학의 광활한 바다로 첫 발을 떼는 계기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