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수해도, 하나님은 일하신다
다음 세대를 예쁘게 키우고 계신다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 완성하신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자

청소년들, 청년들,
ⓒUnsplash/Kate Kalvach
#상관없다, 하나님이 일하신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 첫 문장이다. ‘망쳐놨다’는 표현이 너무도 강렬하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참혹함과 비통함에 대한 울부짖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작품 해설을 보면, 이 문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곧 어려운 시기에 문제가 많은 나라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역사가 우리를 망치고,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쳐도 국민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궁극적 메시지는 희망과 극복이다.”

‘상관없다’는 말은 포기가 아니었다. 이 말은 상황이 어떠하든, 상관없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그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리라는 강렬한 의지였다. 그래서 ‘상관없다’는 말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고, 굴복이 아니라 극복이다. 필자는 새해에 이 문장을 보며 묘한 위로를 얻었다.

2023년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를 향한 우리의 다가감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세우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했을까?

부끄럽다. ‘다음 세대는 다음이 없다’고 외치지만, 여전히 현실은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저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음 세대는 후(後)순위에 밀려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더 열심히 다음 세대를 섬겨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만 앞섰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부끄럽고 미안함에도 희망은 여전히 있다. 그 희망의 주체가 하나님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끄러움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달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 임원 선거였다. 백미(白眉)는 회장 선거였다.

필자의 사역 경험으로 보면, 고등부 임원 선거는 고난의 시간이다. 일단 부모님께서 좋아하시지 않는다. 임원을 하게 되면 교회 일을 해야 하고, 자연스레 공부 시간이 줄어든다. 솔직히 말해, 임원 활동에 쓰는 시간과 공부 시간과는 큰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교회에 있는 것을 불편해했다.

학생들도 딱히 임원을 바라지 않는다. 복잡하거나 무엇인가를 책임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임원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은 ‘경험’이 아니라 ‘일’이다. 자신의 시간을 들이는 ‘봉사’가 아니라 ‘재능기부’다.

그러다 보니 매년 임원 선출 시기가 오면 교역자는 매달리게 된다. “제발 임원 한번 해줘”라는 식이다. 특히 회장 선거는 빌고 빌어야 한 명이 나올까 말까다.

올해 회장 선거는 달랐다. 2024년 회장 선거에 무려 5명이 나왔다. 고등부 정관에 의거해 2명은 입후보할 수 없어서, 최종 3명이 경합을 했다. 어떤 친구는 친한 청년 선생님에게 ‘회장 연설문’을 지도받으면서까지 회장 선거를 준비했다. 최종적으로 한 명의 친구가 회장이 됐고, 그 친구 연설문은 필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완성하신다

다음은 회장의 동의를 얻고 올리는 연설문이다.

“안녕하십니까. 2024년 고등부 학생회장 선거에 나오게 된 1학년 박*우입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 선택권이 있을 때, 잘 선택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단점을 저에게 신중하게 무엇을 선택하고 고른다는 장점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이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들을 함께 이뤄나가고, 앞으로 여러분과 제 열정을 함께 나누기 위해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회장이 된다면 지켜나갈 다짐들과 약속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여러분께서 1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이 교회 오는 날, 즉 주일이 되도록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양한 행사와 즐거운 시간들을 기획하고 실행하여 여러분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며, 신앙적인 면으로도 여러분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 평소 같은 학년 또는 선후배 간에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이 없으셨을 텐데, 달마다 한 번씩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한다거나 좀 더 소통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마련하여 화목한 고등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여러 곳에서 팀을 이끌었던 일, 중등부에서 회장을 했던 일 등 공동체를 이끌었던 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고등부를 지혜롭게 이끌어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년 임원들과 선생님들, 목사님과 함께 협력하고 힘을 모아 발전해 나가는 고등부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또 여러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면에서 여러분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저는 고등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으며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저에게 주신다면, 그 한 표가 아깝지 않도록 달리고 또 달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동이지 않은가! 필자는 가슴이 뛰었다! 학생 회계를 지원한 다른 친구는 말했다.

“제 꿈은 회계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등부 임원들 가운데 회계가 하고 싶습니다. 저를 고등부 회계로 뽑아주신다면, 고등부 학생 재정을 청렴결백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회계와 그 회계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러나 충분했다. 교사들과 아이들은 박장대소하며 웃었고, 그렇게 임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다음 세대 사역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 때문에 실망하고는 한다.
‘더 잘했어야만 했는데…’, ‘최선을 다했어야만 했는데…’. 후회와 아쉬움이 실망으로 점철된다. 그러나 괜찮다. 그래도 상관없다.

하나님은 우리 실수에도 여전히 일하시는 분이다. 우리 연약함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다음 세대를 예쁘게 키우고 계시는 중이다. 하나님은 필자의 부서도 아름답게 가꾸고 계셨다.

필자는 확신한다. 다음 세대를 꽃피우는 그 희망은 하나님께 있다. 그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교사의 자리를 계속 지키기만 하면 된다.

2024년, 우리가 다짐해야 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향해 더 큰 희망을 품는 것이다.
희망의 뿌리가 하나님께 있다면, 다음 세대는 반드시 꽃이 핀다.
실수해도 상관없다. 서툴러도 괜찮다.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완성하신다. 반드시!

김정준 다음 세대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