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네이버스 한영 수교 140년
▲포럼 전 환영사 모습. (왼쪽부터 순서대로) KHN 김성진 집행위원장, 김원천 운영위원장, 최명덕 회장, 우순태 사무총장. ⓒ이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서울포럼’이 1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치스코홀에서 코리아네이버스(이사장 이정익 목사, 회장 최명덕 목사, 이하 KHN)와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박사) 주최로 진행됐다.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영 관계의 재조명과 방향성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한영 관계를 역사적으로 회고하고, 오늘 양국 우의를 분석하며 미래 동반자로서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포럼에 앞서 KHN 이사장 이정익 목사는 “현재 세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 등으로 요동치고 남북 관계도 첨예화되고 있어, 한국과 영국의 교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작은 목소리이지만 이번 모임을 통해 한영 관계 강화가 세계의 평화 공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장 최명덕 목사(조치원교회)는 “영국은 140년 전 미국에 이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두 번째 국가이고, 6.25 때 8만여 명이라는 많은 군인을 파병해 1천여 명 전사하고 1천여 명이 포로로 잡힌 나라”라며 “우리나라는 영국과 갈등 관계가 없는 선린 우호 국가로서, 14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학문적으로 정리하고자 전문가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장 김원천 목사는 “이번 포럼 기획 방향은 한영 관계의 역사적 회고, 양국 정치·경제·종교·문화 교류현황 파악, 양국 미래를 이끌 다음 세대 관심 주제 탐구, 미래 동행을 위한 실천 방안 모색”이라며 “KHN은 이후에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세계 각국 한국 디아스포라로 하여금 바람직한 평화공존의 세계 형성에 기여하길 소망한다”고 했다.

코리아네이버스 한영 수교 140년
▲강량 박사(맨 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외에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은 “이번 포럼이 양국 국민들에게 공감의 지평 확대를 이루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KHN 사무총장 우순태 목사는 “앞으로도 공공신학에 초점을 맞춰,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대사회적 표현 양식들을 연구해 발표할 것”이라고 각각 밝혔다.

포럼에서는 강량 박사(영국 뉴캐슬대)가 ‘민주와 공화를 업은 영국의 자유주의, 대한민국 건국으로’, 이휘진 박사(동국대)가 ‘한국과 영국 간의 외교경제 관계 현황과 발전’, 이옥남 박사(경희대)가 ‘6.25 전쟁과 한영 관계: 한국의 유럽 가치외교 근원’, 구춘서 박사(한일장신대 전 총장)가 ‘한영 수교가 한국 기독교에 미친 영향’을 각각 발표했다.

◈민주와 공화 업은 영국 자유주의

강량 박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라는 세가지 정치체제가 혼합돼 있다. 근대의 산물인 개인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의 자유주의는 천 년 넘는 기원을 갖고 있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영국의 자유주의가 공화주의와 민주주의를 한 몸으로 붙여나가는 기나긴 정치적 여정이었다”며 “대한민국 국시인 자유민주주의도 자유주의·공화주의·민주주의 3가지 정치체제의 혼합물”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그러나 구한말 기독교 계몽 선구자들의 문명 국가 근대 조선 만들기 노력은 일제 식민시대로 좌절됐다. 대신 지나친 저항적 민족주의 개념이 창궐한 결과 신화에 기반한 혈족적 민족지상주의가 판을 쳤고, ‘5천년 역사 속 한민족’ 환상이 남북을 지배하고 있다”며 “문제는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의 천하일가로서, 남북의 민족지상주의로서의 국가인식은 모두 사회주의적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첩경이 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찰스 국왕의 런던 뉴몰든 방문을 비롯해 영국 현충일 기념식의 태극기와 아리랑 합창 등, 최근 영국은 새로운 번영과 도약의 동반자로 한국을 선정하고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02년 영일조약의 비중이 2023년 한영관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며 “초위기 시대를 돌파해야 하는 한-영 두 지도자의 정치경제, 외교안보 차원에서의 새로운 협력관계가 국제사회 관심사로 등장했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빛낼 역사적 결과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영 수교 140년 한국 영국 국빈 방문 만찬
▲영국 찰스 국왕 부부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국빈 만찬에서 함께한 모습. ⓒ대통령실
◈한국과 영국 간 외교경제 관계 현황

이휘진 박사는 “한국과 영국은 140년 전인 1883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호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하면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949년, 영국은 한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영국은 유럽·미국과 긴밀한 관계로 대외정책을 추진했지만, 아시아 지역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경제적·안보적 이해가 커지면서 많은 고위급 인사의 한국 방문과 초청이 이뤄지고 있다”며 “2021년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을 초청했고, 올해 찰스 국왕 즉위 후 외빈 중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이휘진 박사는 “윤석열 정부와 영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상당히 유사하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은 미래 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핵심 우방으로서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며 “양국은 새로운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형성 의향서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기후변화, 경제 신축성, 개발재정과 보건 등에서 협력을 도모하기로 하고 앞으로 더욱 협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발전,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지역 차원의 안보적 도전에 대한 협력 증진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박사는 “2022년 양국 총 무역량은 약 120억 달러이고, 영국은 한국의 20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영국은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양질의 인력, 높은 기술력,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진입장벽,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와 긴밀한 관계, 영어권 등의 장점이 있다”며 “영국은 2022년 기준 독일, 네덜란드 다음 유럽 세 번째 교역 대상국이고, 수출은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다음 제4위다. 무역 규모로는 2011년 한·EU FTA 발효 후 약 88억 달러 선에서 2022년 120억 달러로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적자와 흑자가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영국은 2021년 미국, 호주와 AUKUS 조약을 통해 ‘글로벌 브리튼’ 구체화를 위한 군사안보적 협력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며, 지정학 측면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미중 간 패권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 국가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한반도 핵위협이 더욱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AUKUS와의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국가안보를 진작할 수 있고,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런 문제에 대한 영국과의 협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코리아네이버스 한영 수교 140년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6.25 전쟁과 한영 관계

이옥남 박사는 “영국은 1950년 6월 27일 한국 파병을 결정하고, 홍콩 주둔 극동함대 일부를 비롯해 본토 제29보병여단, 제41해병 독립특공대 등 총 5만 6천여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며 “영국군은 전투에서 1,078명이 전사하고 2,764명이 부상, 179명이 실종되고 978명이 포로가 되는 등 4,909명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 전사자 중 885명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영국은 미군과 공조해 전쟁을 치르고,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공, 인도 등 영연방국 참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1951년 4월 22일 설마리 전투에서 영국군은 650여 명으로 중공군 2만 5천여 명과 3일간 맞서 싸워 병력 재배치 시간을 벌어줬다. 가평 전투와 고양 전투에서도 중공군을 장시간 지연시켜 아군 철수를 도왔다”며 “6.25 전쟁을 계기로 양국은 전통적 우방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영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 1993년 대전 엑스포 참가, 1992년 찰스 왕세자 내외 방한, 1999년 여왕 엘리자베스 2세 국빈 방한, 한국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국빈 방문, 2014년 수교 130주년 기념 박근혜 전 대통령 국빈 방문, 2019년 8월 FTA 체결 등 지속적 경제적·외교적 관계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1일 영국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21일 영국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대통령실
그는 “영국 현충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일(1918년 11월 11일)로, 함께 개최되는 각종 추모제는 왕실 주요 인사와 정부 요인이 총출동하는 중요한 날이다. 그런데 2023년 영국 현충일 행사에서는 한영수교 140주년 겸 6.25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가 주목을 받았다”며 “6.25 참전용사 콜린 태리커 씨(93)가 ‘아리랑’을 한국어로 열창해 5천여 군중이 감동했다. 행사장인 런던 로얄 앨버트홀 바닥에는 태극기와 무궁화가 조명으로 띄워졌다”고 말했다.

또 “6.25 이후 70년이 지난 현재, 기적적 발전을 이룬 한국에 대해 영국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영 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세계 유일의 냉전이 전개되는 한반도 현실에서 한국은 영국과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라는 보편가치를 공유해 우호관계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6.25 당시 자유 진영을 지키기 위해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지원한 영국의 희생과 가치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코리아네이버스 한영 수교 140년
▲(왼쪽부터) 이휘진 박사, 이옥남 박사, 구춘서 박사, 최명덕 박사, 강량 박사. ⓒ이대웅 기자

◈한영 수교가 한국 기독교에 미친 영향

구춘서 박사는 “영국 교회의 한국 기독교에 대한 영향은 한영 수교 후 영국 선교사들이 내한한 이후 대한성공회를 시작함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한성공회는 처음 대한종고성교회였다가 대한성공회, 일제시대 한국성공회, 해방 후 다시 대한성공회로 명칭이 계속 변경됐다”며 “영국 선교사들의 숫자는 장로교·감리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서, 한국교회 ‘성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지만, 기타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구 박사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한옥 성당’으로 대표되는 토착화 선교다. 미국 선교사들이 보수적 영향을 남긴 한국 기독교에 성공회의 이런 선교전략은 돋보인다”며 “유교·불교와 적극 대화하고 무교까지 고려한 토착화 건축물은 한국 민중을 깊이 고려한 선교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 급속하게 서구화돼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이런 토착화 선교전략은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 화해와 일치 운동에 참여해 교회 분열의 아픔을 극복하고, 한국 민중의 인권과 남북 평화통일, 나아가 생명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기억할 만하다”며 “성공회대학교를 통한 많은 민주 시민을 교육시킨 것도 기억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중간에서 양자를 아우르는 성공회 신학에 깊이 관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성공회 선교사들은 우리에게 축구를 전해줬다. 축구는 오늘날 교회 사역에 가장 강력한 걸림돌이다. 주일예배 시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가 시합을 한다면, 예배 참석률이 그대로 유지될까”라며 “영국 선교사들의 축구 보급은 토착화와 더불어 한국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