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하나님, 창조 사역에서 동역
그리스도 중심적 우주 원리 강조
병든 사회 치료하시는 생명의 영

태초의 창조, 무흠의 선한 창조
섭리의 창조, 하나님 지속 개입
종말의 창조, 자연과 역사 완성

기독교학술원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13회 해외석학초청 학술강좌가 20일 오후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강좌에서는 미하일 벨커 박사(하이델베르크대 명예교수)가 ‘성령과 피조세계(Spirit and Creation)’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앞서 ‘성령과 창조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원장은 “창조란 물질과 정신 둘을 총괄한다”며 “창조 과정은 자연인 우주 생성 과정을 거쳐 인간 창조에서 목적을 이루고, 이는 하나님의 안식(the rest of God)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태초의 창조, 섭리의 창조, 종말의 창조로 나눠진다”고 전제했다.

김영한 원장은 “삼위일체 하나님으로서 성령 하나님은 창조 사역에서 말씀이신 성자와 창조의 섭리자이신 성부와 동역하신다”며 “성령 하나님은 창조시 혼돈과 공허 속에 있는 지구의 바다 위를 운행하시면서 질서를 부여하셨고, 우주를 로고스인 성자와 함께 정묘하게 조율하여 지으셨다”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하나님의 창조는 태초의 창조를 보존한다.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에 너무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우주 전체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다”며 “성령 하나님은 창조 상태를 우주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유지하고 지탱하신다. 지속적 창조는 하나님의 지속적 우주 간섭, 섭리적 간섭으로, 창조라기보다 ‘창발(emergence), 새로운 출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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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그는 “창조의 타락으로 인해 재난과 고통이 왔다. 하나님의 전능은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새롭고 선한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이시다. 성령은 구속의 영으로 역사하신다”며 “성령은 하나님의 영(Spirit)이고, 만물에 초월적이며 내재적 영으로서 헤겔의 범신론적 정신(mind)과 다르다. 인간의 영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영이요, 헤겔의 정신은 범신론적 세계정신”이라고 비교했다.

또 “성경은 그리스도 중심적 우주 원리를 말하고 있다. 오늘날 세상의 고통과 악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으로 해결됐다”며 “성령은 병든 사회와 인간에 대하여 치료의 광선을 발하시는 생명의 영이시다. 종말론적 시간에 성령은 새 창조의 영으로 창조를 갱신하신다”고 했다.

끝으로 “태초의 창조(creation of beginning)는 무에서 유로의 창조로 무흠의 선한 창조, 우주의 기원이 되는 창조다. 섭리의 창조(creation of providence)는 지속적 창조다. 우주와 역사의 과정 속에서 창조물의 자유로운 반응에 대한 하나님의 지속적인 개입”이라며 “종말의 창조(creation of eschaton)는 하나님 창조사역에서 자연과 역사과정의 완성”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미하일 벨커 박사는 시대적 과학주의적 물질주의 내지 이데올로기적 정신주의 세계 이해에 반해, 삼위일체 신학 관점에서 성령의 다차원적 부으심으로 인한 창조(피조세계)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해석하고,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창조를 해석했다.

미하일 벨커 박사는 “칼 바르트는 창조 교리에서 이데올로기처럼 확산되고 있는 자연주의적 과학주의와 거의 동일한 이데올로기적 정신주의를 모두 피하고자 했다”며 “삼위일체 신학이 제공하는 상당한 방향성의 잠재력은 말씀이 지상의 역사적 현실로 들어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영과 말씀의 연합에 있다”고 주장했다.

벨커 박사는 “하나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은 지상의 역사적 삶의 조건과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자신을 드러내신다”며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것은 바로 이 분 예수 그리스도이고, 부활 후 그의 영인 성령을 제자들에게 부어주시는 분도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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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벨커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그는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도 계속 이러한 기독론적·성령론적 사건들이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고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창조적인 성령과 하나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연관성은 지금도 계속 우리가 처한 지상 역사적 삶의 실제 상황 위와 그 너머에 맴돌고 있는 영들을 적어도 어느 정도 회의적으로 보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미하일 벨커 박사는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피조물에게 엄청난 자율적 능력(autonomous power)과 그에 상응하는 심각한 책임을 부여하셨다”며 “하나님을 ‘궁극적 원인(the ultimate cause)’, 만물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실재(the all-determinative reality)’ 등 형이상학적·종교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능력, 소위 전능성을 부주의하고 부정확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한다”고 우려했다.

벨커 박사는 “하나님의 전능성은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새롭고 선한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이다. 하나님은 ‘갈등으로 가득 찬 이 악명 높은 피조계(this notoriously conflict-laden creation)’를 선하다, 즉 ‘생명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셨다”며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유한성, 덧없음, 고통과 괴로움, 무력감, 무관심, 악의, 폭력, 변덕스러움 등으로 점철된 이 세상에 영과 말씀을 통해 들어오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피조물은 새 하늘과 새 땅, 새 피조계를 위해 세워지고 준비된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영적 몸을 갖도록 부르셨고, 인간은 바르트에 의하면 ‘영적 영혼(spiritual soul)과 영혼이 깃든 몸(besouled body)’뿐 아니라 영적 몸(spiritual body)도 갖도록 제정됐다”며 “부활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저 너머의 세계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형태를 획득하고 믿음과 사랑과 희망 안에서 우리의 존재를 형성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명용 장신대 전 총장과 오영석 장신대 전 총장이 논평을 맡았다. 벨커 박사 통역은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맡았으며, 사무총장 박봉규 목사의 광고와 장현승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앞선 경건회에서는 오성종 칼빈대 전 신대원장의 인도와 오영석 전 총장의 설교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