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직접 본 풍경 담아 ‘공감’
먹빛 하나로 무수한 변주 실현

윤영경
▲Window ∞ Scenery 1, 101.4x101.4cm, 캔버스에 수묵, 2023.
윤영경 한국화가(과천교회 집사)의 개인전 ‘Window ∞ Scenery’가 10월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마포 극동방송 지하 1층에 위치한 극동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작가는 독일과 폴란드, 미국, 중국 등 국내외에서 열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윤영경 작가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나무들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며 마치 100여 년 전 인상파의 연작처럼 화폭에 담아냈다.

탁현규 미술사학자는 이번 작품들에 대해 “이전에 백두대간 산줄기와 동해, 남해를 하늘에서 굽어보며 수 미터나 되는 종이 위에 먹빛 하나로 담아냈던 윤영경이 이번에는 작업실 창문 밖 작고 아담한 뜰로 돌아왔다”며 “너무 익숙해서 특별한 것 없을 듯한 작업실 창문 밖 풍경이라는 주제(主題)를 택해 먹빛 하나로 무수한 변주(變奏)를 만들어냈다”고 감탄했다.

탁현규 사학자는 “윤영경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감상자는 자신의 창밖을 다시 발견하고, 창밖 풍경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이 순간 화가의 뜰에서 감상자의 뜰로 공간 이동이 일어나고, 이것이 그림 감상의 즐거움이 된다. 윤영경의 그림에는 감상자의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윤영경
▲Window ∞ Scenery 7, 50.7x50.7cmx10, 아사천, 캔버스, 한지에 수묵, 2023.
탁 사학자는 “금수강산이건 뜰이건, 모두 화가가 직접 바라본 풍경들이다. 이는 자신이 사는 땅과 주변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살아있는 것을 그려내는 ‘사생(寫生)’은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밝고 건강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화가의 마음이 화폭에 잘 담긴다면 그림 감상자 또한 자신과 주변을 다시 긍정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사생이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가에게 화폭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 되는데, 이번에는 창 속에 창을 하나 더 만들어졌다. 이를 ‘이중(二重) 창(窓), 더블 윈도우’라고 부르면 어떨까”라며 “창문과 더불어 계단은 뜰과 만나는 또 다른 통로이다. 창문과 계단은 옅은 먹선으로 긋고 뜰의 풀잎은 짙은 먹으로 채워, 강약의 리듬을 살렸다. 창문과 계단은 직선이고 나무와 풀은 곡선이어서,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전했다.

또 “우거진 풀들 사이 또는 앞에 뻗어오른 나무는 먹선으로 줄기와 가지의 테두리만 그었지만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낸 강인함이 생생한 것은, 작가가 오랜 시간 쌓은 필력(筆力) 덕분이다. 매 화폭에서 나무들은 중심을 잡고, 풀들은 사방에 흐드러져서 그림의 기운이 꼿꼿하면서도 풍성하다”며 “이를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 부른다. 때때로 나무와 풀이 실내로 들어와 초현실(超現實) 풍경이 되는데, 실재하는 풍경에서 실재하지 않는 풍경으로 나아간 것은 변주의 절정”이라고 설명했다.

탁 사학자는 “바탕 재료는 종이와 더불어 천으로 만든 캔버스도 사용했다. 캔버스에 종이처럼 먹을 부리기 쉽지 않았을텐데, 먹 다루는 솜씨가 경지에 올랐고 캔버스 여백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림이 먹빛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옛날에 수묵화를 대부분 종이 위에 그린 이유 중 하나는 검은 먹과 흰 종이가 빚어내는 색의 선명한 대비 때문이었다. 이것이 ‘블랙 앤 화이트’라면, 수묵화를 할 때 흰 캔버스는 종이의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