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 ⓒVox 보도화면 캡쳐
유엔 특별보고관이 홍콩에서 대규모 국가보안법 재판이 진행되고 민주 진영 인사들에게 현상금이 걸린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가렛 새터웨이트 등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4인은 9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과거 중국에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대규모 재판이 이뤄지는 것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는 보호장치에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월 홍콩에서는 전직 야당 의원과 활동가 등 민주파 인사 47명이 기소된 최대 규모 국가보안법 재판이 시작됐다. 홍콩 검찰은 2020년 7월 열린 야권의 입법회(의회) 의원 예비선거와 관련, 2021년 2월 이들을 국가보안법상 국가 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해외로 망명한 네이선 로·데니스 쿽·테디 후이 전 입법회 의원 등 8명에게 각각 100만 홍콩 달러(약 1억 7천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경찰이 이와 관련해 현상금을 내건 것은 처음으로, 미국, 영국, 호주 정부는 해당 수배령을 즉각 규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중국은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중국의 국제 인권 의무에 홍콩국가보안법이 부합하는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홍콩에서 법적 조력 서비스에 대한 더 나은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과의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한 “(수배된 8명의 혐의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 발언과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활동을 처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이며, 어떤 나라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과 행동에 직면해 손 놓고 있지 않는다”면서 “홍콩의 법 집행은 언제나 증거에 기반하며 원칙을 엄격히 준수한다. 기소된 모든 개인은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의 보호 아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중국이 직접 제정해 2020년 6월 30일 시행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홍콩 야권은 2020년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를 진행했다.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 등이 이를 주도했고, 대표적 민주 운동가 조슈아 웡과 레스터 셤, 민간인권전선 대표 지미 샴 등이 선거에 참여했다. 2019년 홍콩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의 여세를 몰아 진행된 해당 예비 선거에는 약 6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홍콩 검찰은 “해당 선거는 불법이며 입법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홍콩 정부를 마비시키고 행정 수반을 낙마시키려는 목적으로 조직된, 정부 전복 계획”이라며 “수배된 8명은 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하고 국가 정권을 전복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고 했다.

현재 이들 8명은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에 머물며 해외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