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스토리 있는 교사 관심
스토리 많이 가진 교사가 부자
아이가 원하는 스토리 들려줘야
주어진 일상 허투루 살지 않길

부자 가난 rich poor poverty 거지 왕자 일러스트
▲누가 부자 교사이고, 누가 가난한 교사일까. ⓒ픽사베이
#당신의 스토리(story)는 무엇인가?

이번 여름 휴가를 친구들과 다녀왔다. 여행 중 완벽한 T의 성향을 가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MBTI에서 T와 F는 ‘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 T는 사고형이고, F는 감정형이다.)

여행에서도 실수하지 않으려 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하려 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친구를 보고 내가 말했다.

“자꾸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마. 너의 여행에는 스토리가 없어.”

그렇지 않은가. 완벽하기만 바란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여행을 왔으면 적당히 실수도 좀 하고,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어야 그 여행이 오래도록 기억된다. 스토리가 생긴다.

지인 중 한 분은 로마 여행 중 여권을 도둑맞았다. 그분은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하면 침을 튀기며 여권 이야기부터 한다. 우리 사이에는 ‘여권 전도사’로 불린다. 그런 대형 사고를 친 여행은 살면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여행이 재미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없어’란 말이 이번 여행 유행어로 탄생했다. 무슨 상황만 생기면 그 친구는 말했다. “왜, 또 스토리가 없어?”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봐?” 덕분에 이번 여행은 스토리가 난무한 여행이 되었다. 모든 것에 ‘#스토리’라는 태그(#)가 붙었다.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참 의미 있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누구보다 교회학교 교사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김양재 목사는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습니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님의 관점이 내 관점이 되고, 주님의 보폭이 나의 보폭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시간 속에서 부모가 하나님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자녀 교육이다.”

동행하는 모습. 이것을 간단히 줄이면 ‘스토리’다. 자녀 교육도 결국 스토리다. 아빠가 만난 하나님, 엄마가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가 자녀 인생에 이정표가 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는 교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다. 내가 아는 한 교사분은 매년 새로운 반을 맡으면 일단 분반공부 시간에 자신의 실패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자신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한 두어 달 그렇게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먼저 마음을 연다. 그때부터는 이야기 주인공이 바뀐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들 마음에도 자연스레 하나님과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덤이다.

스토리는 힘이 세다. 특히 교사가 자신을 허물고 실패를 말하는 스토리는 더 힘이 있다. 김정태 작가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에서 말한다.

“스펙은 상대를 배제하지만, 스토리는 상대를 포섭한다. 스펙에게 실패는 감추고 싶은 기억이지만, 스토리에게 실패는 자랑하고픈 경험이다. 스토리는 기회를 부르고, 마침내 스펙을 이긴다.”

사역 현장에서 보니, 아이들은 똑똑한 교사에게 관심이 없다. 스토리가 있는 교사, 스토리를 공유하는 교사에게 관심이 있다. 스토리는 기회를 부르고, 마침내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교사에겐 스토리가 재산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나에게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일단 이 책은 2022년 기준 51개 언어, 109개국 출간, 4천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부모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면 자녀에게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기를 쓰고 부자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교사 역시 ‘부자 교사’와 ‘가난한 교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돈이 아니다. 다른 기준이다. 그럼 누가 부자 교사이고 누가 가난한 교사인가?

스토리를 많이 가진 교사가 부자 교사다.
스토리를 적게 가진 교사가 가난한 교사다.

교사에게는 스토리가 곧 자본이다. 세계적인 스토리텔러인 킨드라 홀은 《스토리의 과학》에서 말한다. “훌륭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그녀는 두 번째 책인 《인생의 무기가 되는 히든 스토리》에서 단호하게 주장한다. “스토리가 나를 만든다. 스토리가 곧 자본이다.”

홀의 말은 스토리가 많은 사람이 곧 부자라는 뜻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교사가 부자다.

다만 조심할 점이 있다. 스토리라 해서 교사가 내 이야기만 주구장창 해선 안 된다. 우리는 도널드 밀러가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적은 말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사람은 삶이란 대서사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위 사람에 관한 이야기임을 깨달은 사람이다. 인생 스토리가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역사의 내러티브에서는 악당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교사가 자꾸 자기 이야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 중에 아이가 원하는 스토리를 들려줘야 효과가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토리가 많아야 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옷 한 벌로 잠도 자고, 외출도 하고, 운동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하나님께서 주신 일상을 허투루 살지 않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 나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더라도, 그 속에서 여행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즐겁게 살면서 다양한 순간을 조우해야 한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모여 스토리가 된다. 교사는 그런 스토리를 차곡차곡 모아 아이에게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자 교사가 되는 길이다.

교사들이여! 삶을 스토리로 만들라. 오늘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삶이 다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시시하고 그저 그런 삶이란 없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하루는 매 순간순간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삶은 스토리의 연속이지만, 결국 그것을 자신의 스토리로 만든 교사만이 부자 교사가 된다.

지금, 당신은 어떤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어떤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
스토리는 힘이 세다.

김정준 다음 세대
▲김정준 목사.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