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성도들 모두 좋은 반응
부모, 자녀 신앙 교육 주체로 세움
콘서트, 강연, 연결 활동, 포토존 등
교사들 열정 준비, 전 교회 행사로
식당과 카페도 ‘반 고흐’ 컨셉 꾸며
80대 권사님도 꿈 생각하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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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콘서트 후 어린이들과 강연자 및 공연자, 김영우 목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혜림교회
코로나19 이후 교회학교 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여름성경학교를 시도한 교회가 있다.

하남 미사 혜림교회(담임 김영우 목사)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라는 인물을 주제로 7월 21-23일 3일간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해 지역사회와 교회 성도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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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등록하는 모습. ⓒ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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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콘서트 모습. ⓒ혜림교회

‘반 고흐, 자녀와 부모 함께 꿈을 그리다’는 주제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부모를 자녀 신앙 교육의 주체로 세우고, 반 고흐라는 인물을 통해 부모와 자녀 모두 하나님 앞에서 꿈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궁극적으로는 미사 지역에 혜림교회와 아동부를 알리면서 복음을 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첫날인 21일에는 오후 7시 30분부터 전 교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교회 본당인 사랑성전에서 ‘그림과 음악이 있는 콘서트’를 마련했다. <반 고흐, 꿈을 그리다> 저자이자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드림포틴즈 대표인 라영환 교수(총신대)가 반 고흐와 그의 그림에 대해 토크를 진행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교수와 팝페라 김선희 교수가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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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 김선희 팝페라 가수가 공연하고 있다. ⓒ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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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미나가 진행중인 모습. ⓒ혜림교회
22일에는 오후 1시부터 라영환 교수가 반 고흐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강연을 전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반 고흐의 ‘신앙적 면모’를 소개했다. 이후 어린이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보고 자화상을 그리는 등 강연 이후 연결 활동을 진행했고,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꿈꾸는 미래를 위해 박행님 교수(침신대 기독교교육학)의 강연을 청취했다.

아동부는 보통 7-10명이 한 반을 구성하는데, 이날 연결 활동에서는 꿈에 대해 진지하게 나눌 수 있도록 최대 5명씩 조를 짰다. 모임이 늘어나니 교사가 50명 더 필요해져 전 교인을 대상으로 ‘아이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실 분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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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을 보는 모습. ⓒ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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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강연 후 조별 연결 활동 모습. ⓒ혜림교회
여름성경학교는 주일인 23일 낮 예배까지 이어졌다. 말씀으로 주제를 정리하고, 전날 꿈에 대해 각자 정리한 내용으로 사명선언문을 작성한 뒤 반 고흐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기독교 고전 <천로역정>을 8월 한 달간 읽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여름성경학교를 앞두고 교회 곳곳은 ‘반 고흐’로 가득했다. 1층 로비 곳곳에서는 반 고흐의 꿈의 여정과 함께 ‘별이 빛나는 밤’ 등 잘 알려진 대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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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작품 컨셉으로 꾸며진 교회 카페(왼쪽)와 여름성경학교 당시 운영된 ‘반 고흐 3종 세트’. ⓒ혜림교회
교회 카페는 ‘카페 빈센트’로 단장했다. 부모들을 위한 반 고흐 에이드, 어린이들을 위한 반 고흐 슬러시 등 반 고흐 3종세트를 판매했다. 저녁식사로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감자 먹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만든 ‘반 고흐 도시락’이 특별 제공됐다.

여름성경학교 전 프로그램에 부모가 함께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김영우 목사는 ‘신앙 교육의 주체는 부모’라는 목회철학이 확실하다고 한다. 부모도 아이들과 같이 250명씩 등록 접수를 했고, 아동 대상 프로그램과 별도로 부모 세미나가 진행됐으며, 식사도 부모님 몫까지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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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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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라영환 교수 강연 모습. ⓒ혜림교회

혜림교회도 작년까지는 기존 방식대로 총회 공과 중심으로 여름성경학교를 해왔다. 엔데믹을 맞이한 올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다, 김영우 목사와 교회학교 담당자들이 <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접한 뒤 도전을 받고, 책 내용을 중심으로 여름성경학교를 혁신했다.

결과는 대성공. 혜림교회 윤수진 아동부 디렉터(서울여대 교수)는 “부모님들과 교회학교 교사분들, 성도님들 모두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부모님들은 여름성경학교 하면 떠오르는 기존 이미지가 있는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며 좋아하셨다. 교사들도 1년 경력부터 30년 경력까지 모두 좋아하셨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서 자부심도 느끼셨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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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강연 후 조별 연결 활동 모습. ⓒ혜림교회
윤수진 디렉터는 “첫날 전 교인 대상 콘서트는 어르신들도 참석해 즐기셨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80대 한 권사님이 콘서트 후 집에 가시면서 <반 고흐, 꿈을 그리다>를 구매하신 것”이라며 “80대 나이에도 꿈을 다시 생각할 정도로, 전 교인이 잃어버렸던 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아동부를 넘어, 교회 온 가족들을 위한 여름성경학교가 됐다”고 전했다.

보통 여름성경학교에서 주제로 삼는 ‘성경 인물’이 아닌, ‘반 고흐’를 내세운 것도 새로운 시도였는데, 여기에도 일종의 ‘반전’이 있었다. 책 <반 고흐, 꿈을 그리다>는 ‘친구와의 불화,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극단적 선택’ 등으로만 알려진 반 고흐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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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주요 작품과 설명을 계단 로비에 매단 모습. ⓒ혜림교회
아이들과 부모들은 여름성경학교를 통해 전도사로 사역하고 그림에도 신앙적 생각을 녹여낸 반 고흐의 신앙적 면모를 새롭게 발견했다. 전 세계인이 아는 인물을 내세워 새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효과도 얻었다.

혜림교회 아동부는 책 내용을 토대로 반 고흐의 삶을 3단계로 구성했다. 화가가 되기 전까지 꿈과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16-22세), 기숙학교 보조교사와 탄광촌에서 전도사로 사역했던 모습(23-26세), 화가로서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고 재능을 뛰어넘는 노력으로 위대한 작품을 남기며 꿈을 이루는 모습(27-37세) 등이다.

윤 디렉터는 “그동안 성경학교에선 성경 인물들을 주로 접했는데, 성경 밖 인물, 그것도 교과서를 통해 잘 알던 인물 속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신 모습을 살펴본 것에 대해 새롭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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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자 교사들이 직접 만든 전시물. 왼쪽에서 보면 반 고흐에 대한 설명이(아래 왼쪽), 오른쪽에서 보면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이 각각 보이게 돼 있다. ⓒ혜림교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비결은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있었다. 윤수진 디렉터는 6월쯤 아동부 기획팀 교사들에게 “여름성경학교에 변화가 필요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데, 해본 적이 없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같이 실패할 용기가 있다면 새롭게 도전하자”고 했다. 여기에 교사들도 의기투합했고, 담임목사와 당회도 흔쾌히 동의해 줬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한 달간 준비했는데, 각 교사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테리어나 미술 전공자들은 전시, 웹 디자이너들은 교재 개발 등 달란트에 따라 사역을 나누고 예산까지 각자 책정하게 하는 등 책임을 부여했다.

윤 디렉터는 “교사들은 봉사로 하다 보니 교회학교 교역자를 도와주는 역할 정도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서 전문성과 열정이 제한적으로만 발현돼 왔다”며 “이번에 명확한 역할을 주고 책임까지 부여하니, 무한한 열정으로 완성도를 최대한 높였다. 그 분야에 대한 칭찬도 오롯이 해당 교사가 듣게 됐다. 분야별로 주마다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마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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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입구에 전시된 포토존. 교사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해당 벽지를 구매해 제작했다. 오른쪽은 반 고흐 작품을 미니어처로 만든 작품. ⓒ혜림교회
윤수진 디렉터는 “한국교회 교회학교 돌파구를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교사들이 움직여야 교회학교가 산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헌신과 열정, 사명 같은 순전함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역량이 커진 교사들에게 주도적으로 사역할 기회를 줘야 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윤 디렉터는 “교사들에게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 성심을 다해 영혼들을 섬길 것”이라며 “준비 과정과 자료, 노하우 등을 필요한 분들과 나눌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두 번째로는 예배와 말씀이다. 안 된다고 생각하니 안 하시지만, 아이들도 한 시간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며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리면서, 본당 맨 앞자리는 아이들에게 내어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예배 중에 어른들을 가로질러 화장실도 가고 물 마시러도 가지만, 익숙해지면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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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만들어진 포토존. 여름성경학교 동안 교회 로비에 전시됐다. 왼쪽은 전체 모습, 오른쪽은 가까이서 찍은 모습이다. ⓒ혜림교회
혜림교회는 표어가 ‘오직 말씀, 오직 어린이, 오직 청년사랑 또 사랑’일 정도로, 다음 세대에 큰 비중을 쏟고 있다. 특히 장년 성도들과 교회학교 학생들이 주일 오전 본당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예배 사회는 목회자와 어린이가, 대표기도는 장로와 어린이가 격주로 번갈아 진행하고 있다. 성가대는 장년 성도들이 맡고, ‘아동 합창단’은 한 달에 한 번씩 찬양하고 있다.

교회학교 교역자는 담임목사이고, 교사들이 예배 후 아이들과 분반공부를 하는 ‘반 목회’ 중심이다. 윤수진 교수가 맡은 아동부 디렉터는 담임목사의 목회 방침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등 교사들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예배 순서를 맡은 어린이들도 사전 점검한다. 아동부 주보도 따로 없다. 장년 주보에 아동부 소식까지 모두 들어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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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교회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반 고흐 해바라기 도시락’. ⓒ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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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해바라기 도시락’을 먹고 있는 아이들. ⓒ혜림교회
이러한 사역 방침은 김영우 목사의 ‘예배는 모두 함께 드려야 한다’는 목회관 덕분이다. 이를 위해 서울 강동구에서 하남 미사동의 현 건물로 이전할 때 소그룹실을 여러 군데 만드는 대신 본당을 2,500석으로 크게 만들었고, 계단 높이까지 낮추면서 아이들에게 맞추고자 했다. 2-3층 로비는 넓게 만들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뛰놀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씀’이다. 그래서 주일예배를 중요시하고, 매일 가정예배를 권장한다. 아이들에게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만든 자체 교재인 ‘디딤돌’을 가르치는데, 3년 주기로 반복되고 청소년들도 같은 교재를 사용한다. 자라면서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교리가 가슴 속에 남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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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경학교 동안 아이들이 그린 자화상 전시 앞에 선 윤수진 디렉터. ⓒ이대웅 기자
윤수진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교회로 나올 수 있게 된 작년 1월 첫 주 아이들 61명과 예배드렸는데, 지금은 250-300명과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며 “‘반 목회’라 반마다 학생 수에 제한이 없다. 가장 많은 반이 40명인데, 교사 경력 30년 되신 선생님의 반이다. 어떻게든 이름을 아는 애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락해서 결국 나오게 하는 끈질김이 있으시더라”고 전했다.

혜림교회 아동부는 여름성경학교 외에도 봄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교회 전체를 놀이동산으로 만드는 ‘뭉게뭉게 챌린지’, 겨울에는 성경통독 등 신앙훈련 중심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는 크게 이 3가지로, 지역사회에 교회를 알리고 전도에 활용되도록 규모 있게 준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