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 밀린 방학 숙제처럼 해서야
억지로 하면 짐, 신앙생활 방해돼
하나님과 교제, 가장 즐거운 시간
각종 연결 끊고 하나님 말씀 집중
하루 중 ‘아침 일찍, 밤늦게’ 좋아
생활 패턴 맞는 시간 선택해 큐티

meditation 명상 묵상
▲ⓒPixabay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적 이야기다. 신나는 방학을 마무리할 때 진통을 겪고는 했다. 개학하면 방학 숙제를 가져가야 했기 때문이다. ‘방학 숙제는 내일부터 한다’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개학날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날마다 써야 하는 일기도 방학 초 2-3일 쓴 게 전부다. 나머지는 기억을 더듬어 조금이라도 쓴다지만 쉽지 않다. 방학식 때 받은 유인물에 나와 있는 숙제는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꽤 된다. 분명 담임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을텐데, 대충 들었던 것이다. 설령 당시 이해했다 하더라도, 그 긴 방학 동안 잊는 게 당연하다.

방학 숙제를 아직도 하지 않았냐는 부모님의 불호령에 개학 전에만 하면 되는 거라고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안 되는 일이다. 결국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다 훌쩍이기 시작한다. 온갖 핑곗거리를 꺼내 놓으며 말이다. 연필깎이가 고장났다는 둥, 문방구가 일찍 문을 닫았다는 둥 말이 않되는 핑계를 갖다 붙이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그렇게 개학 전 홍역을 치렀으니, 다음 방학은 미리 숙제를 챙겼을까? 그때 말뿐이고, 그 후에도 역시 비슷한 루틴이 반복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방학 숙제를 미루었나 이해가 안 되지만, 어쩌겠나? 어릴 때 내가 한 일인 걸. 어쩌면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미루는 게 사람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큐티가 바로 그렇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 큐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확고하지만, 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 것은 미적거리게 된다. 책상에 앉아도 먼 산 보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꽤 된다. 큐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큐티하는 게 왜 그렇게 힘이 들까? 숙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치워야 할 부담감에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온갖 핑계를 갖다대는 이유다.

큐티가 숙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미뤄두었다 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큐티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며칠씩 밀려서 마지못해 한다면, 그 큐티는 오래갈 수 없다. 억지로 하는 숙제처럼 짐만 될 뿐,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마치 방학 숙제를 개학 직전에 하듯이 말이다.

그렇다. 큐티는 숙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을 누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교제는 즐거운 까닭이다.

큐티는 ‘콰이어트 타임(Quiet Time)’이라고 했는데 축제의 시간이라니, 어리둥절할 분이 계실 거다. 그러나 ‘조용하다’는 의미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의 떠들썩함을 멀리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네트워킹을 잠시 연결을 끊는다는 의미다. 그래야 온전히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콰이어트 타임’이 되면 하나님 말씀으로 인해 즐거운 파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큐티를 누리면 지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다 그에 맞는 때가 있다는 의미다. 큐티도 타이밍이다. 왜냐하면 하나님 말씀의 축제를 누리기 좋은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중 언제가 좋을까?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우리는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홀로 있어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혹은 SNS로 조용한 시간을 방해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른 시간이나 잠자기 직전이 좋다. 일어나서 꿈나라로 가기 전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속 인간관계를 한다. 조용한 시간을 물리적으로 갖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이나 ‘밤늦게’가 좋은 이유다. 그 시간들 중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시간을 선택해서 큐티를 하면 된다.

그러니까 조용한 시간은 바로 하나님과 나만의 만남을 말한다. 하나님 말씀으로 내가 즐거워지는 시간 말이다.

쉴새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들도 멀리 하고, 복잡한 인간관계도 뒤로 하고, 해야 할 일도 잠시 미뤄놓고…, 하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말씀을 통해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그냥 조용히 성경 앞에 앉아 있기만 해도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면 얼마나 좋을까. 막상 성경 앞에 앉아 말씀 묵상을 하려니 그렇게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이유다.

이제 당신은 하나님 말씀을 누리는 축제에 초대장을 받았다. 그 초대장을 내밀면 축제가 시작된다. 함께 말씀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이석현 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 ⓒ크투 DB
이석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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