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집 도배·장판 및 청소 섬김
마을 잔치 열어 식사 대접과 공연
어르신 맞춤형 이·미용, 의료봉사
지역 섬기는 반석감리교회와 협력

큰은혜교회
▲2일 반석감리교회에서 어르신들을 축복하는 아웃리치팀 성도들. ⓒ큰은혜교회
평소 조용하던 마을이 시끌벅적하다. 70-80대 노인들만 오가던 동네에선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30-50대 장년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연일 울리는 ‘폭염주의보’보다 뜨거운 ‘복음주의보’가 강원 철원 자등리를 강타했다.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담임 이규호 목사) 국내 아웃리치 팀이 4년 만에 휴전선이 지척에 있는 철원군 자등리로 돌아왔다.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100여 명의 성도들은 ‘베테랑’ 천수진 목사의 인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현지에 있는 반석감리교회(담임 김성복 목사)와 협력해 이번 사역을 진행했다.

철원 아웃리치 이튿날인 8월 첫날, 교회에서 매달 1일 드리는 ‘새날새벽예배’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성도들은 오전부터 어르신들의 집집마다 방문해, “점심식사와 함께하는 마을 잔치에 오시라”는 마을 인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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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장판팀이 주민 신경자 씨 집 거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 사이 도배·장판팀은 마을 한켠 신경자 씨(70) 집 수리에 나섰다. 신 씨의 집 거실에 있던 가재도구들은 전날 모두 빼낸 상태.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섞인 도배·장판팀은 이날 오전 폭염 속 선풍기 두 대에 의지해 거실 천장 도배를 시작으로 장판과 전기 배선 교체 등에 착수했다.

신경자 씨는 “35년 된 집에서 20년째 살면서도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못 댔는데, 이장님 추천으로 이렇게 집을 고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옷만 갈아입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집이 늘 우중충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해주시니 너무 좋다. 더구나 천장이 삐뚤빼뚤해 쉽지 않을 텐데, 너무 잘하신다”고 칭찬을 계속했다.

오전 일을 마친 도배·장판팀과 함께 베이스캠프인 마을회관(자등6리 경로당)으로 복귀하자, 성도들은 점심에 있을 마을잔치 준비에 한창이었다. 70-80대 어르신들 맞춤형 공연과 함께 어르신들 몸보신을 위한 갈비탕 등 푸짐한 한상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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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봉사팀에서 거실 가재도구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놓고 유리창도 빼놓은 모습. ⓒ이대웅 기자

이틀째 ‘마을 인사’로 친분을 다진 덕일까. 120여 명의 주민들 중 80여 명이 마을회관에 자리했다. 면사무소 직원들까지 참여해 100여 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뜨거운 날씨 속 간간이 생겨나는 ‘구름기둥’이 바람과 어우러지면, 야외 공연장에는 숨통이 트였다.

‘디너쇼’처럼 어르신들 식사 동안 붉은 반짝이 의상을 입은 김영일 목사의 민요풍 노래를 시작으로 사물놀이와 어린이들의 꼭두각시 공연이 이어졌다. 어린이들 볼 일이 많지 않던 어르신들은 “예쁘다”, “귀엽다”는 감탄을 연발했다.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자, 어르신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마련됐다. 암수술 후 회복해 동료와 함께 공연에 나선 김동숙 집사의 경기 민요 타령 후에는 트로트 공연이 시작됐다. 성도들을 ‘백댄서’로 삼은 교회 김상희 자매(가수 이지요)는 어르신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성도들이 무대로 나와 먼저 흥겨운 어깨춤을 추자, 어르신들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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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잔치에서 어르신들과 성도들이 함께하는 모습. ⓒ이대웅 기자

어르신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 마을 잔치가 끝나고, 어르신들의 육체를 살피는 의료 선교가 오전에 이어 계속됐다. 아산병원에서 산부인과 정년을 은퇴하고 정읍요양병원에 재직 중인 정채득 의사가 어르신들의 건강을 세심히 체크하고, 여름철 더위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수액주사를 놔드렸다.

오랜 기간 큰은혜교회 아웃리치 의료봉사를 함께해 왔다는 정채득 의사는 “휴가를 내 철원군 아웃리치에 동참했다”며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 대부분 고혈압과 당뇨가 있지만, 건강이 대체적으로 좋으시다”고 전했다.

주민 이귀하 씨(65)는 “교회에서 저희 동네에 와서 이렇게 마을 잔치를 열어주고 수액까지 맞을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다음에 또 오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1km 가량 떨어진 반석감리교회에서는 전날에 이어 이·미용 봉사가 진행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팀은 차량을 운행했다. 이곳 어르신들은 머리를 손질하려면 14km나 떨어진 와수리로 나가야 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이·미용 봉사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장 부부도 머리 손질을 위해 방문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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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받고 수액을 맞고 있는 어르신들. ⓒ이대웅 기자

찬양이 흐르는 본당에서 봉사자들은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펌과 커트 등을 한땀한땀 세심하게 해드렸다. 차례를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까지, 교회는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어르신에게 펌을 해주던 채봉덕 권사는 “사진 예쁘게 찍어 달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봉사에 함께한 반석감리교회 김성복 목사는 “100여 명의 성도들이 2박 3일간 집중적으로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마을의 필요에 따라 집 청소와 정리, 이·미용, 의료 봉사와 마을잔치 등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르신들도 4년 전에 왔던 곳에서 또 온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고 전했다.

김성복 목사는 “자등리에는 120가정 2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80% 가까이가 인근 유명한 절에 다니신다. 하지만 이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어르신들과 가까워지고 있다”며 “교회 성도가 아니지만 수고한다며 헌금을 보내시는 어르신들도 있다. 저희 교회는 80세 이상 독거어르신들을 위해 현재 반찬나눔 사역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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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은혜교회 이·미용 봉사자들이 어르신들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상복 이장도 “의료봉사부터 도배·장판·전기 공사, 심지어 빨래와 식사까지 함께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저희도 봉사자 분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봉사자들의 잠자리가 여의치 않자 식당으로 썼던 공간을 숙소로 내어줬으며, 아이를 동반한 봉사자들을 위한 숙소도 따로 제공했다.

큰은혜교회는 강원 철원 외에도 지난 7월 24-26일 강화 북성 휴전선 마을에서 국내 아웃리치를 진행했고, 7월 17-24일 캄보디아 공립 초등학교 섬김 사역, 7월 24-28일 필리핀 판디블라칸 빈민촌 어린이 캠프 사역을 마쳤다. 7월 31일-8월 4일 라오스 쌩싸이 마을 공립 초등학교 사역 진행 후 9월 25-30일에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 빈민촌 어린이 사역이 예정돼 있다.

큰은혜교회는 코로나19로 대규모 이동이 쉽지 않았던 지난 2021-2022년, ‘공감 선교’라는 창의적 방식으로 선교사들과 마음을 같이하며 물질과 기도를 나누면서 선교를 이어왔다. ‘해외 공감 선교’는 큰은혜교회 교역자 출신이 선교사로 나가 있는 인도네시아 중부자바 지역(주영재 선교사)과 독일 보훔 지역(이요한 선교사)에서 올해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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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잔치를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