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관계이자 친함의 정도
다음 세대와 함께 밥을 먹자

마라탕 마라 소울푸드
▲마라탕. ⓒ픽사베이
◈밥 한번 먹자!

우리나라는 밥으로 통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바로 묻는다. “밥 먹었어?” 헤어질 때도 말한다. “다음에 밥 한 끼 해.” 물론 그렇게 말하는 모든 사람들과 밥을 먹지는 않는다. 그저 하나의 인사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인사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언제 밥을 먹어야 하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시간도 장소도 없는 이상한 약속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밥은 인사이다. 최근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가 “한국에서 살 때 가장 힘든 일이 뭐였어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 ‘밥 먹었어요?’ 이 인사가 이해가 안 됐다. ‘왜 밥을 먹는지 궁금하지? 그럼 같이 먹어야 하는 건가?’ 생각했다. 대답하기가 좀 무서웠다. 그래서 항상 (밥) 안 먹어도 먹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밥’이 인사라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나는 우리 문화는 누구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밥은 관계이다. 밥은 친함의 정도를 표현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리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는 매우 가까운 사이를 뜻한다.

예를 들면 식구(食口)는 가족(家族)을 다르게 표현한 말이다. 여기서 식구는 밥 식(食)에 입 구(口)를 쓴다. 밥을 같이 먹는 사이가 가족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가까움을 나타내는 단어에도 ‘밥’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아무나와 밥을 함께 먹지는 않는다. 내가 ‘편한 사람’과 밥을 먹으려 한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밥은 편한 사람 혹은 친한 사람과 먹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다음세대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다음세대 아이들을 심방하기 위해서는?

함께 밥 먹기! 여기에 포인트를 두면 좋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문화는 밥이 인사이고 밥이 관계이다. 쉽게 말해 밥을 함께 먹어야 친함을 키울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함께 뭐라도 먹는 것이 좋다. 차도 좋고, 밥도 좋다. 그럼에도 가능하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여기서 ‘밥’이란 꼭 ‘흰 쌀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 아이들은 밥보다는 다른 것들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밥들 중 요즘 내가 추천하는 밥은 마라탕이다!

◈요즘 대세는 마라탕이다

주변에 마라탕 가게가 점점 더 많이 보인다. 마라탕(麻辣烫)은 중국 음식이다. ‘마라(麻辣)’란 얼얼한 맛을 내는 중국 향신료인데, 이것을 이용해 탕을 만든 것이 바로 마라탕이다. 다만 ‘향신료’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이 말은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는 의미이다.

대체로 어른들은 ‘불호’, 아이들은 ‘호’이다. 사역을 해보면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떡볶이보다 마라탕에 더 흥분한다. 7-8년 전, 대전 모 교회에서 아이들을 심방할 때 가장 많이 갔던 곳은 떡볶이 매장이다. 한때 ‘*** 엽기 떡볶이’, ‘** 떡볶이’ 매장의 매운맛 떡볶이들이 유행했다. 심방을 하면서 3일 저녁을 연속으로 떡볶이를 먹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최근에는 심방으로 떡볶이집을 가진 않았던 것 같다. 떡볶이와 마라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마라탕을 선택한다. 지난 주에도 2번이나 다녀왔다.

신문을 보면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마이뉴스 조영지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쯤 되면 학생들의 소울푸드가 떡볶이와 치킨에서 마라탕으로 교체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친구가 뭘 그렇게 놀라나며 요즘 여자 아이들 노는 코스가 ‘다이소→ 인생네컷→ 마라탕→ 버블티’라는 깨알 정보도 흘려주었다. ‘시대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라떼와 같은 말이 저절로 툭 튀어 나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창업 가맹점명 트렌드를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골프, 마라탕, 스시, 펫, 인생네컷’.

확실히 요즘은 마라탕이 대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교사 교육에 가면 이렇게 묻는다. “마라탕 드실 줄 아시나요? 몇 단계 드십니까?”

◈다음 세대와 마라탕을 먹자!

밥을 먹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서로 대화하기 위함이다. 오인태 시인은 《밥상머리 인문학》에서 말한다. “가장 좋은 교육은 밥상 차려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다만 교회 환경에서 밥을 차려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함께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마라탕!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아주 좋은 메뉴가 되리라.

여기서 강조점은 마라탕을 활용하는 것이다. 마라탕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함께 먹음으로써 관계의 시작, 대화의 시작의 물꼬를 잘 트라는 것이다.

내 경험상, 마라탕에 어떤 재료를 넣을 것인지, 어떤 재료가 맛이 있는지, 이후에는 몇 단계를 먹을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라탕은 대화를 많이 하게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것이 있다. 남자 아이들, 특히 고등학생 남자들과는 마라탕 집에 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실제로 남자 아이들은 자장면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 마라탕은 그램(g)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의 먹성은 그램(g)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킬로그램(kg)으로 측정된다.

아이들이 담아온 마라의 재료들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가격이 순식간에 뻥튀기된다. 남자 아이들과 마라탕 집에 가면 지갑에 구멍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나 역시 당시에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것도 지나고 보니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 중 하나이다.

코로나 후에는 다음 세대와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세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고, 마라탕은 대화할 것이 많은 식사 메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묻고 싶다.

“이번 주 심방 중 식사 메뉴로 마라탕은 어떠세요?”

김정준 다음 세대
▲김정준 목사. ⓒ크투 DB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