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는 이날 ‘신학에서 본 지적설계론’에 대해 강의했다. ⓒ이대웅 기자

2004년 한국에서도 전문연구회가 설립돼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지적설계론’의 현재 한국에서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종교와 과학이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해묵은 논쟁이 종결되지 않은 가운데, 유신론적 과학으로서 출연한 지적설계론이 대중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가?


8월 30일 지적설계연구회심포지움에서 조덕영 박사(참기쁨교회 담임)가 “지적설계론은 (창조과학과는 달리) 모든 종교인, 과학자, 철학자를 토론의 광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며 지적설계론의 대중화 가능성을 역설했다.

조덕영 박사는 “지적설계론이 창조와 창조주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나타난 신학적, 철학적, 과학적 운동”이라고 했다. 종교적 논쟁에 국한되는 이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 박사는 이것의 설명을 위해 창조과학운동과 지적설계를 비교한 뎀스키의 견해를 차용했다. 그에 따르면 창조과학은 선험적 종교적 헌신을 가지고 있고, 세상을 창조한 초자연적 행위자에 대한 성경기록의 과학성을 고수하기에 그것은 종교적 교리이다. 그러나 지적설계론은 성경 이야기에 의존하지 않으며 설계한 지성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삼간다.

지적설계론의 이같은 특질때문에 맹목적 프로파겐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창조과학과는 달리, 신학자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등 폭넓은 분야의 참여를 가능케 한다고 조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조 박사는 이러한 지적설계론의 유연함이 “신학에 우호적이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지적설계론이 “포스트모던적이고 전제되지 않은 변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복음주의는 자연계시를 긍정하나 자연신학(특별계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성의 능력만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분명 부정한다. 그러나 지적설계론은 자연신학을 긍정한다. 뿐만 아니라 신학은 일차적으로 신앙을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배타성을 지니고 있으나 지적설계는 그렇지 않다.

한편 조 박사는 지적설계론이 진화론이나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과는 대치하나, 유신론적 진화론(하나님의 창조를 믿으며, 창조에 진화의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보는 견해)과는 교류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적설계연구회심포지움은 지적설계연구회(대표 이승엽)에서 주최했으며 서강대학교에서 열렸다. 김영식 박사(삼성전자), 박희주 교수(명지대), 이승엽 교수(서강대), 조덕영 박사(참기쁨교회) 등이 발제했다.

지적설계론이란

지적 설계론은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연구되기 시작된 이론으로 기존의 창조과학 (과학적 창조론)과는 다르게 생명체의 복잡성과 생명정보가 자연선택과 같은 방향성 없는 진화 매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생명체의 구조나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었음을 검증 가능한 과학적인 도구로 증명하는 이론이다. 설계된 사실만을 증명할 뿐이지 설계자가 누군가인지는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 설계를 진화론자들은 “교묘하게 포장된 창조론”이나 “종교적인 관점을 과학 교과서에 도입하려는 터무니 없는 음모”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적설계론에서는 결코 자연 세계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나 특성을 추론하려고 하지 않고 단지 “지적인 원인들은 복잡하고, 정보가 풍부한 생물학적 구조들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며, 지적인 원인들은 경험적으로 검출 가능하다”고 주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