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백서발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전용철 목사(맨 오른쪽)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용재)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총망라한 백서가 발간됐다. 총 7권으로 구성된 이 백서는 연도별 사태의 주요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백서 발간을 기념해 백서발간위원회(공동위원장 전용철 목사)는 26일 오후 서울 정동제일교회(담임 송기성 목사) 젠센홀에서 ‘감리교회 개혁을 말하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교회론의 변혁’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총 9명의 신학자 및 목회자들이 발제했다.

이들 중 ‘감독 및 감독회장 호칭, 존속해야만 하는가’를 제목으로 발표한 고성은 교수(목원대)는 “한국 감리교회는 감독 및 감독회장이라는 호칭에 대해 매우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며 “마치 이것이 변경되고 사라지면 한국 감리교회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이것을 마지막 보루처럼 여기고 있다”고 했다.

고 교수는 그러나 “거듭된 감독 제도의 변천 속에서 감독 및 감독회장은 감독으로서의 실제적이고 본질적인 권한은 상실한 채 ‘빈껍데기 호칭’으로 전락했고 영적 권위마저 추락했다”며 “특히 한국 감리교 안에서 ‘감독’이라는 호칭은 감독이 되려는 ‘감독병’과 감독이 된 감독들의 ‘감독병’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군다나 감독 및 감독회장의 호칭이 성립되려면 이들이 가장 큰 책무인 목회자들의 생활 보장 등을 감당해야 하건만, 현재 감독 및 감독회장들에게서 그런 책임의식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저 호칭을 통해 명예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감리교회 감독제의 냉엄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 호칭들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총리사’를 제안한 고 교수는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며 “한국 감리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릴 수 있는 ‘첫 호칭’으로, 헌법 속에서 감독이라는 호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역사적 호칭이다. 나아가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제 변경 속에서 두 번이나 거론됐던 대안적인 호칭”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감회사(監會師)’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 교수는 “이 역시 당시 한국 선교 관리자였던 스크랜턴 선교사에게 맨 처음 주어졌던 호칭”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한국 감리교회의 최고 임원에 대한 호칭이 권위와 군림이 아닌 섬김과 봉사의 그것이 됐으면 한다”며 “새 호칭을 통해 익숙한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면 한다. 이를 통해 근시안적인 일회성 조직과 제도, 정신이 아니라 백년을 내다보는 조직과 제도, 정신을 추구하는 한국 감리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를 총망라한 백서. 총 7권으로 구성돼 있다. ⓒ김진영 기자

박종현 교수(백석대)는 ‘감리교회 사태로 본 한국교회 개혁의 과제와 전망’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감리교회 사태는 21세기 초기 한국교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냈고, 이는 그 진행 상황과 맥락으로 볼 때 단지 한국 감리교회만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 그림자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박 교수는 “2008년 이후 감리교회 사태의 핵심에는 신학적 요소가 전혀 없었다. 임원 선출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상의 문제, 자격 시비가 주종을 이뤘다고 본다”며 “신학적 논쟁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진 교회 내 갈등은 자원의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감리교 본부 운영을 통한 수입이 있고, 이를 처분할 권한을 해당 임기 내 지도부가 상당히 갖는다고 할 때, 교회 내분의 한 원인으로서 장기적인 수입원의 처분을 둘러싼 갈등을 상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도 바울은 산적한 위기와 과제들을 푸는 방법으로 제도 개혁이나 정치 구조의 변경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그의 해결 방법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복음을 통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선 급진적이든 복음적이든 제도와 구조의 변화로 개혁을 주장한다. 복음의 회복과 완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복음은 이미 알고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개신교회 신학의 핵심은 칭의와 중생, 성화다. 이것은 신학 이론이 아니라 영적인 실체이며, 성서가 약속한 인격적·영적 변화이자 신앙의 목표”라며 “신학도 많고 제도는 거대하며 재정도 넘쳐나지만 여기에 부재한 것이 바로 바울이 제시한 복음이며, 이 복음은 그리스도인의 경험하는 유일한 하나님의 능력이다. 잃어버린 개신교회의 영성을 찾는 것은 성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기식 목사(신생교회)가 ‘감리교회 선거와 재판제도 개선 방향’을 제목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감독을 감독답게 하고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감독제도에 대한 장정 개정 방향이 돼야 한다”며 “감독제도는 ‘2년 전임, 나이 63세 이상, 임기 후 은퇴’를 골자로 그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목사는 “교권이 감독에게 집중되는 현재와 같은 감독·의회·선거제도 하에서는 4년 전임 혹은 종신 감독제도는 교권 독재의 온상일 뿐”이라며 “의회제도가 밑받침되지 못한 감독제도는 독선과 교권 횡포의 폐단을 가져온다는 것이 지난 75년 동안의 역사적 경험”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금권선거 근절 방안에 대해 “후보추천인단 선거를 통한 3배수 후보 선출제도와 병행해, 투표 직전 3분의 1의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 직접투표로 감독을 선출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선거권 확대, 금권선거 방지, 정치파벌 타파, 공정한 절차, 선거제도 이념 등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감리사 선거는 지방회에서, 감독(본부·연회)선거는 연회 중 실시해야 한다. 특히 투표 직전 연회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3분의 1의 선거인단을 무작위로 선정해 즉석 투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이날 서형석 교수(남서울대), 최태관 교수(감신대), 성백걸 교수(백석대) 등이 각각 ‘한국 감리교회 감독회장 사태에 나타난 성서 인용과 해석에 대한 성찰과 전망 -성명서를 중심으로’ ‘절망에서 핀 꽃: 희망 공동체로서의 교회’ ‘감리교회의 제4패러다임 요청과 전 감독의 의미’ 등의 제목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