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재 백석대에서 선교학을 가르치고 오엠(OM)선교회 자문위원으로 있는 이정순 교수(사진)가 자신의 저서 「이슬람 문화와 여성」에서 일부 발췌해 본지에 보내 온 것입니다. -편집자 주

과거 이슬람에서 자살폭탄테러는 남성의 전유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무슬림 여성들이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11월 13일(이하 현지시각) 파리시내 총 7곳에서 무차별 공격과 테러로 무고한 시민 132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한 2015년 11월 18일 프랑스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경찰이 벌인 파리 테러 용의자 검거작전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린 여성은, 이번 테러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의 사촌인 하스나 아이트불라첸(26)이다. 그는 1989년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성장하였지만, 자살폭탄테러범이 되었다.

이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05년 12월 12일자는 ‘여성과 테러((Women of Al Qaeda)’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이라크에서 이제 남성 이슬람 전사가 아닌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이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자살폭탄테러는 무슬림 남성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무슬림들이 저지르는 자살폭탄테러는 이제 남녀노소나 장소의 구별도 없어졌다. 누가 언제 어디서 자살폭탄테러를 일으킬지 몰라 세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요즈음 한국 TV 뉴스와 특집, 중앙 일간지 등에서 무슬림 자폭테러에 관한 기사를 읽거나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동기 분석으로 한두 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 자폭테러는 정치·사회·문화·심리·종교·경제·교육 및 기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다.

이 글은 자살폭탄테러에 관련된 종교에 관해 비난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도 오늘날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이슬람 세계에서 언제, 어떤 영향을 받아 성장하여 나타나게 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균형 잡힌 이해는 그리스도인들의 이슬람을 향한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무슬림 여성의 자살폭탄테러 사례들

<유럽> 동아일보 2014년 10월 13일자에 의하면, 유럽·북미·호주 등을 떠나 IS에 합류하는 이들의 10% 정도가 여성들로 수백 명에 이른다. 프랑스 63명, 영국 50명, 독일 40명, 오스트리아 14명 등으로 각국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IS는 서구에서 여성 대원 모집을 위해 금전 공세를 펼치며, 여행에 필요한 비용 제공을 제안한다. IS는 탈취한 유전시설의 석유 판매 수입과 인질 몸값 등 자금을 서방국으로 송금해, 대원 모집에 쓰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AFP에 의하면 현재까지 IS 등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담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서구 국적 여성이 약 550명에 달한다고 한다.

유럽 여성 중 첫 자폭범으로 여겨지는 인물은 알제리인 무슬림과 결혼한 벨기에인으로, 2005년 이라크에서 미군 차량에 대한 폭탄 공격에 가담해 숨졌다. 또한 동유럽에서는 2000년대 ‘검은 과부’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자살폭탄 공격이 상당수 일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체첸 등 러시아 연방에서의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이슬람 반군들이 보안군과의 교전에서 숨지자, 그 ‘복수’를 위해 나선 아내나 친척들이다.

유럽 여성들이 매년 수천 명씩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있다. 그들이 이슬람에 매혹되고 있는 것은 갈수록 세속화되는 유럽사회에 실망하여 정신적 안정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방대의 테러 전문가 망누스 란스토르프는 “그들은 서구 여권을 갖고 있는 데다 여성이라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기 쉬워, 테러조직의 포섭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쿠르드 민족은 국가가 없는 가장 큰 미전도종족으로, 터키·이란·이라크 등에 살고 있다. 1996-1999년 터키에서 10명의 여성이 쿠르드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였다. 이슬람권에서 일어난 자살폭탄테러에서 여성 참여 비율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이 가장 높다. 10명의 여성이 참여해 71%를 기록했다.

2000년대에 중동권 여성 자폭 공격일지는 2002년 팔레스타인 여성자폭테러 4건, 2003년 팔레스타인 2건, 이라크 1건, 2004년 팔레스타인 2건, 2005년 9월 28일 이라크 북동부 여성 1명 자폭 8명 사망 등이 있다. 2002년 1월 27일 와화 이드리스(Wafa' Idris)는 한 명의 이스라엘인 사망자와 예루살렘 내의 100여 명의 다른 사상자들의 냄으로, 팔레스타인 여성들 중 첫 번째 자살폭탄테러자가 되었다. 이드리스의 폭발을 조장했던 알-아끄사 순교자들의 군대들(Al-Aqsa Martyrs' Brigades)가 발행한 성명서는, 그녀를 “수천 명의 남성들의 가치 만한 한 여성”으로 묘사했다.

2005년 9월 말에는 시리아 국경 인근에서 한 이라크 여성이 자폭해 8명의 이라크군과 미군을 희생시켰다. 범아랍 일간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2005년 12월 7일 “알카에다가 여성을 자폭 테러에 동원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내에 대테러 경계와 검문이 강화되면서 남자 테러리스트들의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선 남자가 여자의 몸을 수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2005년 11월 9일 요르단 호텔연쇄테러에서는 1명이 자폭, 57명이 사망했다. 여성테러범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1월 13일 요르단 국영 TV에 전통 이슬람 복장에 폭탄벨트를 허리에 두른 한 여성이 방영되면서부터다.

2005년 12월 6일 이라크 바그다드 경찰학교서 여성 2명이 자폭, 36명이 사망했다. 베일을 착용한 여성 두 명이 들어왔을 때, 경찰 후보생들은 임산부처럼 배가 불룩한 이들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슬람권에서는 남성이 여성, 특히 임산부에게 손대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될 무렵 두 여성은 옷 속의 끈을 더듬었고, 이내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폭삭 내려앉았다.

<러시아> 2002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을 일으킨 체첸 테러범들은, 상당수가 여성이어서 언론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남편을 잃은 뒤 무장게릴라전에 뛰어든 체첸의 여성들은 ‘검은 과부단(Black Widow)’이라 불리기도 한다. 2003년 체첸 반군이 자행한 자살폭탄 공격 6건 중 5건이 여성에 의한 것이었다.

2013년 10월 21일에 볼고그라드에서는 승객이 가득 차 있던 버스에서 다케스탄 출신 여성 요원이 자살폭탄테러를 저질러 사상자가 44명 발생했다. 2013년 12월 29일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는 기차역 자살폭탄테러 사건으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 조사 당국은 “여성 요원이 지니고 있던 폭탄은 10Kg짜리 TNT로 막강한 위력을 지녔으며, 사망자 외에도 40여 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2. 무슬림 여성의 자살폭탄테러 동기

지하드와 자살테러의 차이점

이슬람 측에서 지하드는 이슬람을 전파하는 데 물리적인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하드는 외부의 공격에서 이슬람을 방어하고 점령자에게 저항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다.

이슬람에서는 자살과 비무장 민간인을 공격하는 행위를 모두 죄악으로 여긴다. 꾸란에서 무슬림은 인티하르(intihar: 개인적 이유에서 비롯된 자살)를 금지한다. 그러나 이스티샤드(istishad: 알라의 이름 아래 이뤄지는 자기희생적 죽음)는 허용된다. 자살폭탄공격은 이슬람 공동체를 위한 죽음이므로, 그 지하드(성전)를 실행하는 사람은 순교자로 칭송받는다. 이슬람에서 개인적 이유의 자살 행위는 죄악으로 간주되지만, 이슬람 공동체를 위한 자살테러와 지하드에 관한 해석은 학파에 따라 다르다

무슬림 여성의 자살폭탄테러 동기

무슬림 여성이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는 동기에는 정치·사회·문화·심리·종교·경제·교육 및 기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정치적인 면> 첫째, 무슬림 여성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지하드 참여가 종교적으로 불법이라는 이슬람의 전통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둘째, 자살폭탄테러가 2000년 9월에 인티파다(intifada: 민중봉기)의 두 번째 주요한 상징이 되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Hamas)가 1988년 8월 18일 발표한 하마스 헌장(The Hamas Charter) 조항 17장과 18장에 무슬림 여성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은 적이 무슬림의 땅을 침범할 때 적에 반대하는 지하드는 모든 무슬림 남성과 여성의 개별적인 의무라고 선포하였다. 여성들은 아이들을 교육시켜 지하드를 위해 준비시키는 미래 세대를 인도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무슬림 여성이 나름대로 지하드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셋째, 극단적 무슬림들이 존재하는 한, 여성 자살폭탄테러자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들은 여성자살폭탄 공격부대를 창설하고, 세계 각국의 이슬람 출신 여성 전사들을 집중 조련하고 있다. 

<사회·문화적인 면> 첫째, 문화적으로 남자가 여자의 몸을 수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테러단체들이) 남성들에 비해 검색을 피하기 쉬운 여성과 어린이까지 동원하여, 여성과 아동 테러범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여성 테러는 전통적인 이슬람 사회를 지배하는 복종과 종속의 규칙, 베일 속에 숨어 있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해방의 길을 제시하는 방법이 되었다. 셋째, 라디오와 TV 등에 나오는 무슬림 여성의 자폭테러 모습을 통하여, 다른 무슬림 여성들이 자폭테러에 동참하도록 영향을 받는다. 여성을 이용한 테러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미디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심리적 면> 첫째, 정체성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어느 단체든지 무언가에 소속감을 갖고자 하는 심리, 즉 자살폭탄테러자로서의 소속감을 갖고자 하는 심리이다. 둘째, 무슬림 극단주의 지도자들은 여성 자살폭탄테러자를 통해 이슬람 남성들을 선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신병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성을 이용하여 남성들이 전쟁에 참여케 한다. 셋째, 복수심이다. 자살폭탄 공격으로 남편과 형제, 아버지를 잃은 아내와 딸, 여성 자매들이 자살폭탄 임무에 뛰어들었다. 자살테러에 지원하는 여성들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침략군 손에 죽었거나,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폭테러는 외세의 억압에서 비롯된 ‘좌절과 분노’이다. 넷째, 사회적 명성이다.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여 죽은 자를 순교자로 칭송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운동은 자살테러로 죽은 여성들을 ‘순교자의 어머니’로 칭송하여, 이에 참여하도록 선동하고 있다. 다섯째, 자살폭탄테러자들의 사고방식은 유물론자의 철학과 진화론자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이들은 자연계에 생존을 위한 계속적인 갈등과 잔인한 경쟁이 있다고 믿는다. 자살폭탄테러자들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종교적인 면> 첫째, 이슬람의 천국관이다. 자살폭탄테러가 종교적으로 승화되어, 순교자라는 이름이 붙으므로 그 영향력은 크다. 그들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자폭장치의 단추를 누르기 바로 직전, 다음 세계 즉 천국에서의 삶과 알라의 상급을 생각하고, 자신이 동족을 대신하여 복수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죽어간다고 한다. 그들은 이렇게 순교를 하면 천국으로 바로 인도된다고 믿고 있다. 둘째, 종교 지도자들의 영향이다. 현대 이집트 이슬람 지도자 중에 한 명인 사이드 꾸릅(Sayyid Qurb, 1906-66)은 현대 이슬람 부흥의 사상과 의사 확립 형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지하드는 그의 이슬람을 해석하는 중요 개념이었으며, 또한 그는 군대적 지하드를 “이슬람의 정통적·활동적인 시스템”으로서, 이슬람 공동체를 설립하기 위한 다와(da’wa 이슬람 선포) 진행의 필수조건으로 생각했다. 셋째, 무슬림 남성과 결혼한 서구 여성이 개종을 통해 테러범으로 돌변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구 여성들은 아랍 여성들보다 공항 세관을 쉽게 통과할 수 있으므로, 자살폭탄테러자로 이용당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 첫째, 경제적 불균형이다. 오늘날 이슬람 국가의 90%가 과거 서구의 식민지배를 받았었다. 경제적 불균형과 허탈감에서 오는 좌절감이 사람들을 자폭테러에 지원토록 한다. 둘째, 가족들에게 재정적 지원이 보장된다. 이슬람 테러조직은 자살폭탄테러에 지원자의 가족들에게 재정적 보상을 하고 있다. 

<교육적인 면 및 기타> 첫째, 팔레스타인 당국(PA; Palestinian Authority)은 어린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전체 주민들에게 ‘유태인들에 대한 증오’와 ‘죽음에 대한 사랑’을 되풀이해서 가르치고 있다. 학교 교과 과정들, 캠프(camp) 활동들, TV 방송 편성, 종교적인 교화는 유태인들을 “죽여도 되는, 인간 이하의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모든 목적들 중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라 주장한다. 둘째, 무슬림 여성 자살폭탄테러자들 중에는 짐을 운반하는 것으로 속아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역할 모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슬람 문학은 여성과 관련한 지하드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여걸(女傑)은 항상 설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신랑의 신부와의 결합은 신랑과 신의 결합을 의미할 정도로 거룩함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진리를 찾는 사람은 여성의 중재를 통하여 신과의 결합을 달성해야 한다. 특히 1970년대 아랍 여성문학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했다. 넷째, 자살폭탄테러의 기계 작동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목표물을 정밀히 타격할 수 있어, 여성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전력이 열세인 이슬람에서 자살테러는 치명적 무기이면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므로 여성들이 참여한다. 다섯째, 여성들이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는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기 때문에 선전 효과가 막강하다. 이슬람은 이 점을 이용하여 여성들이 자살폭탄테러에 참여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여성 사역자들을 파송하여 무슬림 여성들과 우정관계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는 이슬람 문화에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여성은 여성, 남성은 남성과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종교·다인종 세계에서 사는 우리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마 5:9)”라는 말씀대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무슬림 여성들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