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방심하기 쉬운 피부질환이 있다면 바로 건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춥고 건조한 계절에 악화되는 피부 건선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에 오히려 건선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선피부염이 여름에 악화되면 가을이나 겨울에 비해 한결 부담스럽다. 최근 무더위로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피부 건선 때문에 반바지는커녕 반팔도 꺼려지기 때문이다.

건선은 전신의 피부에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의 구진이나 발진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발병 부위에 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덮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팔꿈치나 무릎, 엉덩이, 두피 등에 먼저 나타나며, 각각의 발진이 서로 뭉쳐지거나 퍼지면서 커지는데 심하면 전신을 뒤덮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 자극이나 건조, 스트레스 등에 의해 악화된다. 피부 건선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건선전문한의원을 찾았다.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박사의 설명이다.

“한의학적으로 건선이 발생하는 원인은 ‘몸속의 과도한 열(熱)’로 표현됩니다. 서양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면역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한 과각질화 현상,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 때문입니다. 결국 동서양 모두, 피부 건선을 인체 내부 시스템의 교란과 비정상적인 항진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피부는 내부 장기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어떠한 요인에 의해 우리 몸 안에 해로운 열이 쌓이게 되면 면역계를 교란시켜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피부에 건선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선은 단순 피부질환이 아니라 속병, 우리 몸의 전반적인 면역체계와 관련된 내과적 질환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건선치료방법은 피부에 드러난 증상보다는 우선적으로 내부 장기에 누적된 열을 내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단순히 연고만 바르면서 피부 표면만 신경 쓴다고 건선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며 피부 속을, 몸 전체를 고려한 올바른 건선치료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름에 오히려 건선이 악화되는 원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또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이에 대해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 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여름철 체력저하가 심한 환자들의 경우 여름에 더 건선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름을 심하게 타는 환자들, 식욕이 떨어지고, 몸이 무겁고, 냉방병이나 여름 감기, 장염에도 잘 걸리며, 밤에 잠도 잘 못자는 환자들의 경우 겨울보다도 여름에 건선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더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거나, 과로가 겹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햇빛 알러지가 있거나, 지나친 일광욕이나 해수욕으로 일광 화상이 있었던 경우 건선 발진 외에도 두드러기 같은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하고, 피부가 벗겨지면서 한층 심하게 건조해져 고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여름 내내 틀어 놓는 에어컨 바람 역시 피부 건조증을 악화시키고 더운 날씨 때문에 인체의 수분손실도 심해져 몸 안팎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건선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건선 부위에 진물이 있거나 습진 성향이 겹쳐 있는 경우, 덥고 습한 날씨가 가려움과 피부 증상을 한층 악화시키고, 세균감염에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여름철에도 피부 건선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때는 가급적 휴식 시간을 늘리고, 꾸준히 수분을 섭취하며, 적당히 서늘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너무 햇빛이 강하지 않은 시간에 모자나 양산을 쓰고 잠깐 산책을 하면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으며, 수분 함량이 많은 여름 제철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양지은 원장은 “예를 들어 수박의 경우 찬 성질이 열을 내려주고, 수분을 보충해 소진된 체액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건선에 좋은 과일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거나 한 종류만 편식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신장기능이 떨어져있는 경우, 수박이나 참외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전했다.

그 밖의 다른 여름 과일에 관해서도 섭취 방법을 사전에 담당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혈당 수치가 높은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단 과일의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샤워 횟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는데 샤워 후 충분한 보습 관리가 필요하다고 양 원장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