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누릴 권리가 인간에게 있으나, 그 생명을 끊일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공동대표 함준수, 이하 협회)와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권오용)는 소위 ‘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최근 보건복지부에 공동 제출했다.

이들은 “이 법안의 제안 이유와 목적,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노령이나 질병으로 의료서비스와 돌봄을 받고 있는 환자들의 생명에 대한 불필요한 입법이 인간 생명의 존엄이라는 가치와 취약한 사람들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법률안은 중증이나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본인 의사가 아닌 의사나 가족, 위원회 등 제3자의 결정에 의하여 중단하는 것을 제도화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생명윤리에 따라 환자 스스로 또는 가족이나 의료인들과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의료행위 중단에 대해, 과다한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섣불리 법제화하는 것은 소극적 안락사를 조장하여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낭비하며 건전한 윤리를 사회 스스로 진작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앨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먼저 제안 이유와 목적에 대한 검토에서는 “‘연명의료’를 둘러싼 문제는 죽음에 임박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 생명은 존엄하고 의미가 있으며 그 소생과 회복을 바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고,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의사 전달에 어려움이 있는 환자라도 그 생명을 살리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중대한 훼손인 ‘안락사’를 용인하거나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도 포함되지만 말기암 환자나 심한 통증을 가진 환자 등 죽음까지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있는 환자도 서비스 대상자이므로, 연명의료결정 즉 곧 죽음을 맞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결정을 위한 이 법률안에 함께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현 제도 하에서의 지원이나 장려를 통해 먼저 시범적 실시와 사회 인식 변화를 도모하고, 이후 필요하면 지원이나 제도적 장치에 대한 법안을 마련할 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어떠한 의료적 조치를 취하여도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에 환자의 명확한 의사 표현에 근거한 신중한 의료인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의미 없는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조치”라면서도 “故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이 조치는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현재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임종 과정의 환자’에 대한 모호하고 광범위한 정의와 함께, 응급의료와 만성질환을 ‘연명치료’에 포함시켜 치료중단과 위험한 추정, 대리판단 허용 등으로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위험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들은 법안 제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연명의료’에 포함시키는 거소 또한 위급한 상태에 있는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행하는 일을 지연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지난달 16일 협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