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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리스

조지 바나·데이비드 키네먼 | 터치북스 | 220쪽 | 12,000원

미국 기독교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바나그룹’은 신앙과 문화의 접점에 초점을 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 기독교의 현재’에 대해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나그룹을 설립한 조지 바나(George Barna)와 현재 이곳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키네먼(David Kinnaman)이 쓴 <처치리스(Churchless·교회에 속하지 않는)>는 1984년 설립 이후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구축한 ‘빅데이터’를 근거로, 교회에 나오지 않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관계 맺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들은 특히 2008-2014년 사이 실시한 18차례 조사 결과에 따라, 오늘날 미국 기독교 인구 분포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전체 성인들 중 ‘교회에 적극 참석하는 사람들(actively churched)’은 49%, ‘교회에 최소 참석하는 사람들(minimally churched)’은 8%, ‘교회에서 이탈한 사람들(de-churched)’은 33%, ‘교회와 무관한 사람들(purely unchurched)’은 10%라는 것.

결국 현재 미국의 기독교인-비기독교인 비율은 50(교회 안 사람들·churched)대 50(교회 밖 사람들·unchruched) 정도인 셈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에는 세속화와 디지털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행복감이 감소하는 등의 자아 인식 변화, 교회 출석이 비주류가 된 사회, 교회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회의 등 사회가 급속하게 달라졌다.

이렇듯 기독교에 적대적인 문화 속에서 성장한 10대들은 성인이 되면 ‘교회와 무관한 사람들’이 될 확률이 높고, 네 종류 중 ‘교회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교회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미국은 ‘교회 안 사람들’과 ‘교회 밖 사람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뿌리 깊은 기독교 문화의 영향에서인지 교회 밖 미국인 3명 중 2명은 자신이 영적이라 말하고, 절반 이상이 삶에 있어 신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며, 70% 정도가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50%는 교회 가는 일에 별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렇듯 교회 밖에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교회가 매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바나그룹은 미국 내 교회 밖 인구의 비율을 알기 쉽고도 뛰어난 디자인을 통해 보여 준다. ⓒbarna.org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들은 이런 추세를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특효약이나 만병통치약, 또는 성공이 보장된 공식’은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교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게 되면, 사역 형태나 교단과 관계없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논의를 전개한다.

‘교회 안 사람들’과 큰 차이는 없다지만, 저자들은 ‘교회 밖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부터 우선순위와 삶의 목표, 가족에 대한 생각 등을 분석하면서 접촉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가장 생각이 다른, 교회 밖 성인 4명 중 1명이라는 ‘회의론자들’에게 효과적인 방식도 제안한다. 이는 우편물이나 광고, 전화 홍보나 홈페이지, 유명인 초청 같은 간접적 방식보다, 신뢰하는 친구나 교인 가정으로의 초청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정기 사역, 교회 후원으로 열리는 콘서트나 세미나 등이다.

무엇보다 교회를 떠나는 인구의 증가를 막으려면, ‘교회 생활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국민 다수가 더 이상 기독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는 왜 교회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은 지역사회를 위해 가치 있고 가시적이며 기억에 남는 일을 하는 것이다. 교회 안 사람들이 교회의 가치에 보다 긍정적 시각을 갖는 이유는, 건강한 신앙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영적 만족을 얻었을 뿐 아니라 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 충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68-69쪽).”

▲<처치리스> 저자들인 조지 바나(왼쪽)와 데이비드 키네먼. ⓒbarna.org

‘미국 기독교의 오늘’이 ‘한국 기독교의 내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한국에서도 ‘가나안(안 나가) 성도’ 현상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점에서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도’와 ‘선교’에 열심이지만 정작 그 대상자인 ‘교회 밖 사람들’의 생각이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덜할 뿐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 상황에서, 바나그룹과 같은 ‘싱크탱크’는 미국 기독교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