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공회가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 주교를 성품한 2003년 이래, 12년여 만에 결혼의 정의를 변경했다. ⓒ워싱턴국립대성당

미국성공회가 6월 30일(이하 현지시각) 결혼의 정의를 변경하고 성직자에게 동성결혼 주례를 허용했다. 종전의 교단법에 따르면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a man and a woman) 간의 예식”이었으나, 이제는 “이 사람들”(these persons) 혹은 “이 커플”(the couple) 간의 것으로 변경된다.

이번에 변경된 법은 “성직자가 신앙 양심에 반대되는 것이라면 어떤 결혼이라도 주례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11월 1일 정식 발효된다.

이 변경안은 지난 6월 30일 주교회의에서, 그 다음 날인 7월 1일 대표의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결혼의 정의를 바꾸는 안에 대해서는 성직자 85명이 찬성 15명이 반대했고, 평신도 88명이 찬성 12명이 반대했다. 동성결혼 주례에 관해서는 성직자 94명이 찬성 12명이 반대, 평신도 90명이 찬성 11명이 반대했다.

이후 20명의 주교는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결혼의 자연스러움과 목적, 의미는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관계’와 연결돼 있다”며 “우리는 이 변경안이 ‘주교와 성직자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데에 감사한다”고 했다.

미국성공회는 소속 교인 수가 약 190만 명이며, 1976년부터 동성결혼 문제를 논의할 정도로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다. 당시 총회에서 이 교단은 “동성애자는 사랑과 용납, 목회적 관심, 교회의 돌봄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온전히 동등한 요청을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2003년에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진 로빈슨을 주교로 성품해 큰 논란이 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동성애자들을 주교로 성품했고, 2012년에는 성전환자도 사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미국성공회는 보수적인 세계성공회와도 껄끄러운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