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이하 교단장협) 복원 관련 회의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또 열렸으나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는 21개 교단서 총회장·총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단장협 ‘복원’ 논의는 지난해 10월 7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 이하 한목협)가 주최한 신임 교단장 초청 모임에서 나왔었다. 한목협은 지난 2001년 12월 창립돼 2009년까지 활동했던 교단장협의 실무를 맡았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교단장협 복원을 검토했고, 예장 합동·통합·백석, 기감, 기성, 기장, 기하성 7개 교단을 중심으로 한 준비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러다 지난 1월 20일, 역시 한목협 주최 모임에서 교단장협 복원 의지를 재확인하고, 백남선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에게 향후 모임 소집을 맡겼다. 이후 2월 13일 준비위에 참여하는 7개 교단 총회장들이 모임을 통해 교단장협의 방향성을 점검했고, 6월 24일 주요 총회장들이 모인 행사에서 30일 회의를 열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안건은 크게 △교단장협 복원 여부와 △복원할 경우 조직 구성 두 가지였다. 특히 조직 구성과 관련, “인가된 4년제 신학교 혹은 신학대학원대학교를 두어야 한다”는 회원 자격과 임원 및 실무진 조직안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도 했다. 조직안은 상임회장단과 공동회장단, 서기, 회계, 감사를 두는 임원회와 25명 내의 운영위원회, 그리고 사무총장 및 사무국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복원 여부에 대한 토론은 “기구의 성격을 먼저 논하자”는 최성규 목사(한기총 증경대표회장)의 건의로 시작했다. 최 목사는 “배포된 자료에서, 복원할 경우 명칭을 가칭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친목적 느낌이 강하다”며 “그런데 이는 뒤에 예시된 조직안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또 이것이 과거 교단장협을 이어가는 기구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또 정영택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는 “교단장협 복원을 두고 ‘또 하나의 연합기관’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한기총이나 NCCK 등 기존 연합기관들의 사업에 전혀 간섭하지 않으면서, 큰 틀에서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도의 기구였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서 교단장협 복원은 무난히 결정될 것처럼 보였다. 복원 자체를 문제 삼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종문 목사(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가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와의 관계를 질의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활동을 시작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는 안명환(예장 합동)·김동엽(예장 통합) 목사 등 당시 총회장들이 주도했었고, 현재 북한에 나무를 심는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원 목사는 “그런데 구태여 다시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에) 실질적으로 큰 교단의 총회장들이 다 모였었다. 여기에 함께 참여해서 가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홍정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도 이와 관련, “한국교회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야 할 문제”라며 “갈등의 씨앗을 품고 출발하지 않도록, 먼저 충분히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백남선 목사는 “그런 모임이 있는 걸 몰랐다”고 했다. 그러자 정영택 목사가 “교단장협이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와의 관계 문제 등에 대한 일종의 전권위원을 뽑아 후속 처리를 맡기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이 동의해, 준비위 7개 교단 대표에게 이를 맡긴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결국 복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 밖에 이날 회의에선 교단장협을 복원할 경우, 연속성을 위해 현 총회장 외에 직전 총회장과 부총회장도 회원에 포함시킬지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권위원을 뽑기로 하면서 이 문제 역시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