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오일환 박사)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특별학술심포지엄이 ‘대북정책, 국가와 교회의 파트너십’을 주제로 2월 28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개회예배 후 이어진 학술심포지엄은 회장 오일환 박사의 대회사와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축사로 시작됐다. 대회사에서 오 박사는 “불행하게도 남북한 간에 오랜 기간에 걸쳐 굳어진 이념과 체제의 차이는 극심한 반목을 초래하고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깊은 골을 파고 말았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 더 지속될 경우 남북한이 각기 별개의 독립국가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오일환 박사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평화통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속히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져와야 한다”며 “자유와 인권이 숨 쉬는 평화통일로 가려면, 먼저 우리 정치사회는 마땅히 튼튼한 국가안보 토대 구축과 함께 북한 당국과 상호 신뢰를 쌓는 데 힘써야 하고, 한국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남북 교류협력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한은 서서히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부지불식간에 체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며 “특히 교회는 조건 없이 십자가의 사랑을 베풀 수 있는 하나님의 도구여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인도적 지원과 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아래부터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축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정부는 남북관계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되게 통일을 준비해 나간다는 입장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위한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얀마처럼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이는 교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주 수석은 “통일을 위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면 좋겠다”며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2만 7천여명이 잘 자리잡게 하고, 이들 중 훈련된 이들은 통일운동에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민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매달 밥 한 끼라도 함께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교회와 종교단체들이 북한에 좀 더 많이 가서 그들의 마음을 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초대 회장인 주도홍 교수(백석대)는 ‘통일을 위한 국가와 교회의 파트너십’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그는 분단을 넘어 통일로 항하는 여정에서 감당해야 할 네 가지 인식으로 ①분단이 얼마나 비참한 죄악인지 아는 영적 각성이 이뤄져야 하고 ②진보와 보수의 한 편을 붙들며 통일에 관한 입장이 아닌 성경적 자세를 확립해야 하며 ③남북관계에서 길을 잃은 정부의 소중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위로자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④남북관계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음을 정부가 인정하고 한국교회를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는 여전히 이원론에 머물면서 남북분단을 넘어 통일을 향하는데 자신들의 분명한 역할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나, 이는 과거 군부독재의 학습효과”라며 “특히 칼빈은 국가와 교회가 긴밀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하고, 기독교인들이 공직을 기꺼이 감당해 ‘하나님의 종들’로서 하나님 뜻에 순종한다면 보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도홍 교수가 기조강연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파트너로서 교회와 국가에 대해서는 먼저 ‘새로운 통일론 정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흡수통일 내지 북한 붕괴가 아니라, 원천적으로 통일 구성을 새로이 조정하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며 “이념은 다르지만 실질적 통일을 누리고 있는 중국과 대만 또는 국경이 사실상 무너진 유럽연합(EU)처럼, 영토보다는 ‘사람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의 독점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이룩하는 ‘통일의 다원적 차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 교수는 “정부가 남북통일을 주제로 국민적 대화의 장을 기획해 실천한다면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이라며 “국가는 분명한 법적 기준을 갖고 다양한 통일운동을 적극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하고, 이 점에서 체제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해야 하는 정치보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교회의 순기능은 필히 요구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남남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진영 논리’를 뛰어넘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인지상정이 통할 수 있도록 ‘비대칭적 사랑’을 실천하며, 교회가 남북통일 준비에 있어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교회가 국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예로는 ‘개성공단에서의 크리스천 역할’을 꼽았다. 현재 신원 에벤에셀 등 기독교 기업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 그는 “기독 기업인들이 순수한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명령에 의해 베풂을 실천한다면, 개성공단은 경제특구로서 정치와 분리해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실질적 통일 현장이 될 것”이라며 “여러 경제특구를 확대하여 이러한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하고 전한다면 통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고, 땅은 분단 상태이지만 실질적 통일 상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주도홍 교수는 “교회가 국가의 파트너가 되려는 이유는 고난 당하는 세상을 향한 사랑 때문”이라며 “한국교회는 고통 당하는 자들의 이웃으로 그들 곁에 서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이웃이 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일에 주제 넘게 참견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통일 이후 ‘사람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념을 따라가다 상처 입은 ‘속사람’을 살피고, 통일이 좋은 열매가 되도록 지체로서 분명히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후 시간에는 부회장 권성아 박사(성균관대)와 윤현기 교수(아신대) 사회로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통일을 위한 국가와 교회의 역할’, 이수석 박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가 ‘국가와 교회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와 통일 미래’, 안인섭 박사(총신대)가 ‘교회와 국가의 파트너십에 관한 신학적 연구’, 송원근 목사(아신대 북한연구원)가 ‘남북체제 안에서 교회의 사회통합 역할’을 각각 발표했다. 논평에는 남광규 박사(고려대), 임상순 박사(통일미래사회연구소), 이동영 박사(성경신대), 양신혜 박사(대신대)가 각각 나섰다. 마지막 순서로는 박종수 교수(중원대) 사회로 ‘통일 토크 콘서트’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