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김정운 | 21세기북스 | 388쪽 | 18,000원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김정운 교수가 3년 만에 신간을 들고 찾아왔다. 제목은 <에디톨로지>. 그는 이 책에서 “편집이야말로 창조의 열쇠”라고 말한다.

이 책은 새로운 편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보이는 ‘편집학’ 개론서다. 지식과 문화, 관점과 장소, 마음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편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짚어나간다.

그가 말하는 편집은 그저 기존의 것을 뒤섞거나 짜집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체계적이면서 남다른 관점으로 엮는 것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지크문트 프로이트.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두 사람은 베끼기의 명수였다”고 주장한다. 잡스는 스탠퍼드 연구센터에서 마우스를 사들여 자신의 제품인 양 팔았고, 프로이트는 ‘무의식’ ‘카타르시스’ 등 남이 공들여 다듬어놓은 개념을 가져다 자신의 이론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설명.

그는 이에 대해 “남의 아이디어를 훔쳤다 해도,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업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을 모아 신통하기 짝이 없는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비범했던 거다. 그들은 창조자가 아니라 위대한 편집자였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가장 창의적일 때는 언제일까? 김 교수는 말한다. “인간이 가장 창의적일 때는 멍하니 있을 때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멍하니 있을 때, 생각은 아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가끔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할 때가 있다. 그러고는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거꾸로 짚어나간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생각의 흐름을 찾아냈을때, 자신이 그 짧은 시간 동안 날아다녔던 생각의 범위에 놀라게 된다.”

그는 또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 온 무한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자막의 창조 혹은 편집 때문이라는 설명. “무한도전이 그토록 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자막의 힘에 있다. 자막은 PD의 영역이다. 물론 작가의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영상의 편집과 맞물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에 자막을 넣는 것은 전적으로 PD의 책임이다. ‘제7의 멤버’로 불리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만드는 자막은 이제까지 우리가 봐왔던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김 소장은 편집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론으로 ‘지식 편집’을 강조한다. “아는 것이 힘인 시대는 지났다”고 그는 단언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에디톨로지(edit+ology), 즉 편집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