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종교개혁 497주년 기념 연합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은애 기자

2014 종교개혁 497주년 기념 연합포럼 “루터, 한국교회 사제주의를 다시 말하다”가 30일 오후 7시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교육관에서 기독연구원느헤미야와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주최로 진행됐다.

▲배덕만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특히 이날 ‘루터, 왜 만인사제주의를 말했나?’를 주제로 발제한 배덕만 교수(주사랑교회 담임,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회사)는 루터의 만인사제주의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1520년 작성된 그의 논문 『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을 분석·평가하며, 루터가 교황을 중심으로 한 성직주의에 반대해 평신도의 가치를 부각시킨 것과 그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에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는데, 배 교수에 따르면 이는 결코 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아니었다. 다만 성베드로성당의 건축을 위해 판매하던 면죄부의 신학적 왜곡과 그 판매를 가능하게 했던 교황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며, 진지한 신학적 토론을 제안했을 뿐이었다.

당시에 루터는 교황제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사제와 평신도의 차이도 부정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그 반박문이 종교개혁의 뇌관을 건드렸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루터의 관심과 투쟁은 면죄부를 넘어, 교회 타락의 원천인 부패한 교황제로 확장되었고, 이것은 다시 만인사제직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루터는 자신의 논문에서 “로마교도들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세 가지 장벽을 세웠는데, 이것이 전 그리스도교계를 통해 번진 무서운 부패의 원인이 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 세 가지란 ▲세속권력에 의해 억압을 당하면 법령들을 만들어 ‘세속권력은 자신들에 대해 아무런 지적권도 없으며 오히려 영적 권력이 세속권력 위에 있다’고 주장 ▲성서에 근거하여 책망하려고 하면 교황 외에 아무도 성서를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발 ▲공의회에 의해 위협을 받으면 교황 외에 아무도 공의회를 소집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 등이다.

루터는 이런 주장들에 대해 롬 12:4, 고전 12:12, 벧전 2:9 등을 토대로 평신도와 사제, 군주와 주교, 영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신앙·복음을 통해 사제가 되었기 때문에, 직무의 차이는 존재하나 신분의 차이는 없다”고 단언했다.

루터는 사제와 평신도를 구분했던 첫 번째 장벽을 공격한 후 ‘성경 해석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그는 교회법이나 전통이 아닌, 성경과 자신의 교회론에 근거해 교황의 성경 해석 독점권을 비판했고, 신앙·이성·성경·성령을 소유한 모든 신자들이 동일한 권리와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교회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마지막 장벽에 대해 루터는 교황의 공의회 소집권을 정당화했던 교회법을 성경과 교회사를 통해 부정하면서, “교황이 소집했던 공의회보다 황제에 의해 소집됐던 공의회가 더 기독교적이었다”고 했다.

배 교수는 “루터는 이러한 ‘성속이원론, 독단적 성서 해석, 공의회 독점’ 같은 주장들이 신학적으로 교황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교회의 타락을 가속시켰다고 진단했다”며 “이는 교황이 정치적·경제적·권력을 장악하면서 교황청이 사치와 타락의 온상으로 변질되었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면죄부 판매로 상징되는 기만적 제도들이 속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런 루터의 비판과 주장은 교회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법이나 관행보다 성경에 근거해서 전개한 점 ▲사제와 평신도를 구분했던 전통을 비판함으로써 평신도의 가치와 책임을 새롭게 정의한 점 ▲교황제 비판을 통해 ‘신자들의 공동체’라는 성경적 교회론을 회복시킨 점 ▲교황제 부패의 근본 원인을 돈에서 찾은 점(교회의 타락이 신학적 왜곡이 아니라 물질적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통찰) 등을 꼽았다.

배 교수는 그러나 루터의 이런 긍정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 속에는 모순과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는데, 그 첫 번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교회법이나 전통보다 성경에 근거했다”는 점이다. 루터는 성경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후에 성만찬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종교개혁진영이 분열됐는데, 배 교수는 이에 “‘법 대신 성경’이라는 루터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루터는 사제와 평신도의 구분을 철폐했으나, 이후 개신교의 역사는 그의 주장을 문자적으로 이해했던 형제교회들과, 여전히 사제중심주의를 지향하는 감독교회들로 양분돼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이는 만인사제주의를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평신도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교육과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자칫 만인사제주의는 교회의 하향평준화와 무정부주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루터의 만인사제주의를 현재 한국교회에 적용할 때, 우리는 허와 실을 면밀히 검토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