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한인교회 김정호 목사.

한인연합감리교회 총회장을 역임한 애틀랜타한인교회 김정호 목사가 ‘동성애’를 둘러싼 연합감리교와 이에 소속된 한인연합감리교의 입장차, 관계설정, 앞으로의 방향과 대안에 대해 밝혔다. 그는 한인연합감리교회 홈페이지(www.koreanumc.org)에 게재한 글에서 “동성애 문제가 한인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동성애'’ 둘러싼 교단 내부의 갈등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김정호 목사의 글 전문.

한인총회 중앙위원회에서 제게 발표를 부탁한 주제가 ‘동성애 문제가 한인교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실제적으로 ‘동성애’ 자체가 한인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리라 봅니다. 기본적으로 한인교회들은 ‘동성애’가 ‘죄’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거나 토론하는 자체가 거부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를 둘러싼 교단 내부의 갈등이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 문제가 우리가 속한 연합감리교단의 아픔이며, 동시에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기에 우리도 함께 공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2016년 총회에서 현 장정을 바꾸어 동성애자들이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므로, 이에 따른 교단의 미래가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기에 우리가 관심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문제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UMC와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UMC는 한인 이민 초기 가장 앞장서서 한인교회를 개척한 교단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UMC에 소속되는 것이 감리교 목회자들에게는 특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UMC라는 교단이 목사나 교회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는 교단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교단 자체 교세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교단에 속한 일원들이 한인교회를 포함하여 집단이기주의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단이라는 institution을 지켜내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부담금 잘 내는 교회들 이외 다른 교회들은 재정적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2010년대 들어와서는 모두 각자 생존을 위한 모색과 더불어 첨예화된 갈등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2016년도 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재 표출되고 있는 양상들을 볼 때 첨예화된 분열의 입장들은 이미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선 현실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앞으로 우리 한인교회들이 UMC라는 ‘미국에서 그 동안 가장 건강하고 진취적인 교단’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로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각각 생존을 위해 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지 결단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2.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요즘 UMC만이 아니라 일반 세상도 각자의 이익을 고수하려는 생각으로 갈등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UMC 보수·복음주의 진영에서는 동성애 지지자들을 ‘Liberal Facism’(리버랄 파시즘)이라 규정하고 있고, 자유·진보 진영에서는 동성애자 안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노예제도를 지지하는 것과 받은 무지하고 악한 자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공동체가 유지되는 데 지켜야 할 기본 선을 넘어선, 불신의 극단화입니다. 대화가 가능하려면 상대방을 구제불능의 존재로 규정하면 안 되는 것인데, 이해하기보다는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는 것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보수주의자들이 교회를 정치화했는데, 요즘은 진보주의자들이 같은 방법으로 교회를 정치화한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모두 교회를 살린다고 말하고 예수의 가르침 원칙을 고수한다고 말하지만, 보수는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예수의 사랑을 상실하고 진보는 예수의 정신을 지킨다면서 예수 구원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하는 것이라 말씀하셨고, 요한 웨슬레만 해도 그냥 믿음으로 구원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사랑을 향한 믿음으로 구원을 외치다가, 예정론자들에게 이단으로까지 몰렸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큰 도전입니다.

3. KUMC가 왜 함께 모여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인총회 역사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왜 모이고 있고 앞으로 왜 모여야 할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에 이르렀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모두 어려우니, 함께 모이는 것이 중요하고 함께 교단을 향해 권익을 주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필요성이 공유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900여명 한인 목회자들 가운데 300여명이 미국교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교회 목회자들과 한인교회 목회자들의 기본 관심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UMC 한인 목회자들 안수도 어렵고 transfer는 날이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교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자기가 처해 있는 자리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연회마다 한인교회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누가 감독이 되는지에 따라 관계가 설정이 되는 현실입니다. 한인총회가 모두 다 모여야 하는 자리라는 기본적 명분이 약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부모라 할 수 있는 UMC가 이혼을 하게 되거나 별거에 들어가게 될 때, KUMC는 과연 어떤 형태로 존재하게 될지 큰 도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가 우리 한인교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

1. 분열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인교회 문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보고 있는 미국교회 목회자들과 한인교회 목회자들과 갈등이 가능합니다. 미국교회를 목회하는 한인 목사들 가운데 한인교회를 덜 UMC화 되어 있는, 아직 많이 교육을 받아야 하고 깨어나야 하는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2. 분열이 있을 것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대두되면 각자 살 길을 찾아 가든가, 아니면 문제 많은 집단과 자기는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KUMC는 아무 행정적 권한이 없습니다. 교회들과 목사들은 연회 소속입니다.

3. 교인들이 KUMC 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4. 교회들이 UMC를 떠날 것입니다. 2016년도 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이미 많은 교회들이 UMC에 대한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UMC는 제도적인 문제가 오랫동안 거론되어 있어도 복잡한 제도로 기득권이 유지되고 있는 교단인지라, 무너지면 쉽게 무너질 것입니다. 웨슬리운동이라는 선교적 과제로 하나되는 것이 아니라 파송과 부담금으로 연결되어 있는 교단의 현실을 바꾼다는 것은, 성령이 임하셔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대안이 무엇인가?

1. 한인총회에서 서둘러 부정적이거나 파괴적인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2. UMC에서 제도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때, KUMC가 더욱 선교지향적인 교회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3. 분열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정한 감리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요한 웨슬레가 추구했던 잃은 영혼이 구원받는 개인구원, 깨어지고 더러워진 가정의 성화, 목적을 상실한 교회의 갱신, 그리고 ‘민족의 개혁’(reform of the nation)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부패하고 혼잡한 영국사회를 변화시킨 것이 감리교운동이었습니다. 웨슬리의 영성운동은 영국 사회를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하는 역사가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리교운동의 최종 목표는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것입니다. 18세기 중반 감리교 운동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웨슬리는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는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오늘 이 시대 웨슬리가 꿈꾸었던 진정한 웨슬리언 신앙운동이 절실합니다. 감리교 본질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는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미래를 생각하면서 관심 가져야 할 가장 우선되는 과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