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9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 ⓒ신태진 기자

각 기독교단들이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는 9월,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한복협)가 12일 서울 강변교회에서 ‘한국교회의 미래와 우리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각 교단의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회복을 위한 제언을 전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손인웅 목사, 최이우 목사, 전병금 목사. ⓒ신태진 기자

손인웅 목사 “분열 회개하고 ‘하나의 교회 운동’ 결실해야”

첫 발표자인 손인웅 목사(예장통합·덕수교회 원로)는 ‘한국교회의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는가? 하나는 이대로 가면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갱신하고, 연합하고, 사회봉사를 통해서 영성을 회복하고 도덕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면 희망이 있다고 전망한다”며 “기독교의 희망은 회개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이렇게 열렬히 교황을 환영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것은 정부가 특별한 배려와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기독교의 침체된 분위기와 사회적 불신에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경향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신앙의 힘이 가톨릭계와 세계 종교계를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개신교회도 분열의 죄책을 고백하고 회개함으로, 제2의 종교개혁인 ‘하나의 교회 운동’을 추진하여 결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손 목사는 “한국교회는 회개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만 희망이 문이 열린다. 한국교회는 교회다워지는 본질 회복이 핵심과제”라며 “그것은 영성과 도덕성과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영성 회복은 세속주의를 극복하고 오직 하나님만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요, 도덕성 회복은 진실하게 살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요, 공동체성 회복은 교회 안에서나 세상 속에서 섬김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이우 목사 “목회를 교회 성장 수단으로 생각 말고 본질로”

최이우 목사(기감·종교교회 담임)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주제의 발표에서 “지금 한국교회는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대답은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더 이상 목회를 교회 성장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복음과 교회와 성직자와 성도됨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헝클어진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사막 교부들의 영성에 관심을 갖고 ‘요한 카시아누스’의 담화집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 성직자와 성도가 가야 할 길을 볼 수 있었다”며 “‘피누피아스’는 이집트의 ‘파네피스트’ 근처에 있는 큰 수도원의 원장이었다. 자신의 명성을 듣고 몰려오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게 되는 혐오스럽고 헛된 인기 때문에 혹시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상을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서 수도사들의 수행지인 ‘티벤나’로 갔다.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은 사람처럼 섬기며 헌신했다. 정원사의 책임을 맡은 젊은 형제를 돕는 일을 하고 밤이면 허드렛일을 하며, 3년간 놀랄 만큼 겸손하게 지냈다. 어느날 그가 떠나온 이집트지역에서 그를 알고 지내던 한 형제가 그곳에 도착함으로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는 다시 베들레헴수도원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 선배목사님들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목회자로 살려면 돈, 명예, 이성의 유혹을 주의하라’, 오늘 거룩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성직자인 나는 과연 ‘나를 부인하고 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고 있는가?’ 날마다 물어보고 또 회개하며 주님을 따르려고 기도한다”며 “선배 목회자들이 쥐어준 한국교회의 영성의 고귀한 배턴을 꼭 쥐고, 정도를 열심히 달려서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깨끗이 트랙에서 물러나자”고 말했다.

전병금 목사 “연합회를 속히 하나로 정립하고 갱신 이뤄야”

전병금 목사(기장, 강남교회 담임)는 ‘한국교회의 미래와 우리의 책임’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목회자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면 바로 큰 위기를 맞는다”며 “바로 그곳에서부터 세상적인 탐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근자에 미국에서 명망을 가진 목회자들의 추락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국교회도 명성이 있는 목회자들이 본래 그런 탐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 교회를 개척할 때는 생명을 걸고 가난을 벗 삼아 사역했던, 존경받을 만한 교역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커가면서 그만큼 세상과 교회의 존경을 받게 되고, 거기에 안주하다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돈, 명예, 권력을 추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연합회를 속히 하나로 정립해야 한다. 현재 보수진영의 연합체가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양분되어 있는데, 이 두 기관 모두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교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교단 대표들이 모여 두 기관을 망라한 연합기구를 만들어 보수측이 하나의 연합기관을 이루고, 나아가 NCCK와도 느슨하더라도 하나의 지붕 아래 두 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교회 갱신과 연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목회자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원할 뿐이다. 이는 그만큼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기본도 안 되는, 상식 이하의 삶을 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회자는 세상 사람들의 상식 이상의 높은 차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말한다. 바울은 비현실적인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지형은 목사, 이건영 목사, 진재혁 목사. ⓒ신태진 기자

지형은 목사 “본질에 대한 연구와 사회에 대한 통찰 필요해”

지형은 목사(기성·성락성결교회 담임)는 ‘자기의 길을 가니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지금으로서는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예측이 힘들다. 더 처절하게 얻어맞고야 깨닫고 돌이킬 것이라는 예레미야서의 메시지가, 지금의 한국교회에 적합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두려운 마음이 든다. 하나님의 매를 더 맞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상황도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며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처절한 연구와 묵상과 결단, 이 사회와 오늘날 세계에 대한 정확한 통찰, 신학의 재건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예레미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서 ‘자기의 길’을 걸어갔다”며 “한국교회가 그동안 마땅히 교회가 걸어야 할 길을 가지 못한 것과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 그동안 그리스도인의 길이 아닌 길을 걸은 것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작업을, 적어도 10여년은 해야 하리라 본다. 나중에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아들과 손주 세대에게 머리를 들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건영 목사 “목사가 먼저 ‘자아’를 이겨야 좋은 영향 퍼져”

이건영 목사(예장합동·인천 제2교회 담임, 교회갱신협의회 대표회장)는 ‘한국교회 미래와 우리의 책임’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이제라도 잘못 선정한 싸움의 대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도 바울이 나는 날마다 죽는다고 했는데, 우리도 ‘자아’와 싸워 이겨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 개혁은 ‘목사 개혁’이다. 즉 목사가 먼저 자아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해야 다른 직분자들에게도 누룩처럼 그 좋은 영향이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평생 공적 설교와 기도를 제일 많이 한 목사들이 모인 곳이 노회, 연회, 총회이다. 또한 일평생 설교를 제일 많이 듣고 대표기도를 제일 많이 한 장로들이 모인 곳이 그곳인데, 왜 총회가 국회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가? 때로는 그곳에서 마귀들이 꿈틀거리며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왜 법조인들의 수입 내역에 한국교회 분쟁 사건들이 적지 않은 일조를 하고 있는가”라며 “우리 목사들이 변화되지 않고 도리어 변질됐기 때문이다. 목사들이 자신의 주장과 자기 교회만 앞장을 세우며 열심히 달려가기보다는, 바로 가는 것만이 한국교회 총회와 미래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분열보다는 하나됨, 그리고 부흥보다는 연합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목사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이, 한국교회 미래를 향한 우리들의 책임이요 의무”라며 “한국교회가 마치 연립주택이라는 한 지붕 아래 큰 어려움 없이 몇 가구, 심지어 10가구 이상도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즉 한 개의 한국교회 연합기구 아래에서, 여러 사안에 따라 몇 개의 단체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한국교회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역을 감당하는 놀라운 변화와 역사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재혁 목사 “스스로도 주변도 건강하게 만드는 교회 돼야”

진재혁 목사(기침, 분당지구촌교회 담임)는 ‘한국교회 미래와 우리의 책임’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민족 치유를 하려면 민족의 아픔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픔을 모르면서 치유와 회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분단된 조국의 아픔, 다음 세대를 향한 아픔, 다변화된 가정의 문제, 리더들의 책임감 부재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에 대한 반발로 ‘건강한 교회’라는 표어가 생겨났다. 또 시간이 지났다. 교회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사회는 건강해지지 못했고, 이웃은 건강해지지 못했고, 교계는 건강해지지 못했다”며 “이제는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 뿐 아니라 주변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교회가 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기도하고 나아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명혁 목사, 이영훈 목사, 이정익 목사. ⓒ신태진 기자

사회는 회장 김명혁 목사가 맡았고, 1부 예배에서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십자가 신앙의 회복’(갈 2:20)이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기도는 부회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담임)가 했다. 박병식 목사(송파제일교회 원로)의 축도로 행사는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