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왼쪽부터 순서대로) 오수강 목사, 전용호 목사, 임성택 목사, 홍순현 국장. ⓒ신태진 기자

한국기독교인터넷신문협회(회장 유달상 장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수명 다한 성장주의 리더십, 그 현실은? 그리고 희망은?’을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했다. 이날 임성택(그리스도신학대학교 총장)·전용호(아가페감리교회)·오수강(필운동그리스도의교회) 목사, 홍순현 편집국장(기독교뉴스)이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한국 대형교회 리더십 부재와 그 극복을 위한 대안 -민족정서의 리더십을 상실한 대형교회’를 제목으로 주발제한 임성택 총장은 “우리 민족의 문화를 말하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무속을 지칭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하다”며 “결국 무속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바르게 파악해 이 무속에서 민족정서와 무교를 분리시켜 무교의 자리에 기독교를 대치하고 무교를 탁월하게 제압, 한국 민중을 선도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독교의 리더십이 확보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지금까지 우리의 토착화 논의의 실패는 우리의 무속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는 무교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속 자체를 전통적인 한국 문화와 정서라고 규정하고 이해해 그 접목을 시도한 결과인즉,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와 무교의 결합이었을 뿐”이라며 “이는 한국에 유입된 모든 종교들이 초기의 부흥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을 선도할 리더십을 상실한 채 끝나버린 비극적 종교현상의 결말을 도출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가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한국 개신교인 수가 500만을 넘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며 위기를 경고했다. 또 신라와 고려시대까지 천수백 년을 이어왔던 불교, 조선시대 수백 년을 이어왔던 유교가 주류종교에서 밀려나기까지 불과 수십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개신교는 이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 동안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무궁화 정서’로 지칭한 뒤,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종교성인 무교와 결합해 우리 민족의 ‘무속’이라는 고유한 종교정서를 형성했다”며 “이런 무궁화 정서가 시대마다 유입된 외래종교와 결합해 종교적인 힘을 빌려 새로운 생존 양식으로 전이된 것이 바로 시대적인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라고 설명했다.

임 총장은 “우리 전통 문화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무교신앙은, 외래종교를 효과적으로 혁파하고 또 다시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무교로 되돌아오게 했다. 이런 측면에서 무교는 한국적 영지주의”라며 “이 무교는 어떠한 외래종교와 사상도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을 취택 흡입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므로 한국 기독교의 지도력은 이 무교의 축출을 위한 싸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총장은 우리 민족이 무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무교를 무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무교화된 기독교’나 ‘무당 목사’에게 축복은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멸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저속한 무교의 신앙 양태, 즉 ‘이기적인 기복신앙’과의 뼈아픈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폭발적인 부흥에 성령의 역사하심을 부정하지 않지만, 내면에 흐르는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를 간과한다면 한국교회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민족의 종교정서를 지도할 수 있는 원색적 복음으로 돌아올 것을 한국의 대형교회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대형교회, 욕심 버리고 낮은 곳 향해야”

이어 ‘우리는 심난하게 하는 것들 -돈과 권력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제목으로 발제한 전용호 목사는 “이제는 천주교를 개혁했던 마르틴 루터가 아닌, 교황의 음성을 루터의 음성으로 들어야 할 개신교회가 됐다”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형교회에 있다. 돈에 물이 들어 대형 예배당을 짓고, 마치 부자가 되는 것을 하나님께 복을 받은 것으로 착각을 한다. 일부 교인들도 대형교회를 다녀야 인맥을 쌓고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복음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또 “긍정적 사고라는 것이 좋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중 가장 첫 번째가 바로 회개였다. 기독교인들은 죽을 때까지 예수를 좇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내용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어느 새 성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취를 감췄다. 그저 ‘주여, 아멘’하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는 잘못된 믿음이 퍼져 있다. 중세 시대 교황이 면죄부를 팔아 대형 건물을 지었다면, 지금 한국교회는 천국행 티켓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음을 싸구려로, 은혜를 천박한 것으로 만들어선 결코 안 된다”며 “야고보 사도의 ‘행위 없는 믿음은 죽었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신 것처럼, 우리 역시 이웃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지난 1900년대 초반, 한국에 기독교인은 1%가 채 되지 않았지만 민족의 희망이었다. 바로 행동하는 믿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수강 목사는 ‘성장주의 결실인 중·대형교회로 인한 폐해와 치유책’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오 목사는 “사도행전의 초대교회는 역사를 거치며 수없이 그 모습이 바뀌었다. 현대교회는 지금도 교회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치는 중”이라며 “그 결과 한국교회의 성장은 이미 멈춰선 지 오래다. 중·대형교회들이 지어놓은 건물이 앞으로 비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오 목사는 “대형교회는 욕심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생명을 사랑하며 섬기는 자의 표상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정신을 실천했으면 한다”며 “한국교회가 ‘교회 해체’라는 중병에서 치유될 수 있는 자구책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마치 암환자처럼 교회가 지금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안티 기독교’는 다름 아닌 교회가 양산하고 있다. 고난과 역경, 십자가의 희생을 보여주지 않는 기독교의 미래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민낯 드러낸 한국교회 리더십, 변화 없인 희망 없다’를 제목으로 발표한 홍순현 국장은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교회에 희망찬 미래는 없을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부정적인 뉴스를 지면에 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홍 국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파국을 맞았다고, 추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대형교회 목사들이 명예욕과 재물욕에 빠져 있고, 온갖 간교한 방법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있다”며 “이제는 가난해져야 한다. 교회가 작아져야 한다. 그래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갇힌 자의 친구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무엇보다 교계 미디어들이 보다 각성해야 할 것이다. 부디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부류에 속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