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목사. 말씀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의 복(福)이 아닌 천국의 ‘팔복’을 사모하게 했고, 치욕을 무릅쓰고 믿음의 대를 이은 ‘다말’을, 그리고 이름도 없이 다윗을 도운 ‘마길’을 주목하게 했다. ⓒ송경호 기자

그녀를 일으킨 말씀, 죄인들을 모으다

‘목욕탕 교회’ ‘고백공동체’ ‘여자 목사’ ‘큐티’……. 바로 우리들교회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이 교회 김양재 목사는 여성 목사로서는 드물게 성도 1만여 명의 대형교회를 담임하고, 큐티를 통한 말씀 묵상을 신앙의 으뜸 중 하나로 꼽는다. 그가 지난 30년 동안, 큐티를 통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것. 그래서 올해 6월 창립 11주년을 맞은 우리들교회 성도들은 담임목사를 닮아, 죄의 고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마치 목욕탕에서 때를 벗기는 것이 자연스럽듯.

그 옛날 다윗의 ‘아둘람 공동체’가 그랬다. 몰리고 쫓기며 마음이 원통하고 아팠던 400명은,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인 다윗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나 새 왕국을 건설했다. 김양재 목사도 다윗과 같은 치유자가 되고 싶었다. 그 역시 상처가 많았기에, 함께 아파하며 같이 울고, 더불어 회복되고자 했다. 11년 전, 처음 예배를 드렸던 휘문고등학교 학생 식당은, 지금도 그렇지만 냉·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여전히 약 5천명(나머지 약 5천명은 지난 2010년 새로 지은 판교채플에서 예배를 드린다. -편집자 주)이 모인다.

이렇게 김 목사가 성도들의 내면을 만지는 힘은, 그가 오래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큐티’(QT, quiet time)에서 나온다. 말씀의 깊은 묵상은 그야말로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는’ 힘을 발휘했다. 누군가에겐 하찮을 수도 있는 큐티가 그에겐 작은 ‘겨자씨’가 되어, 어느새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던 것이다.

▲김양재 목사는 “개척 후 10년 동안은 교회 자체의 건물이 없다 보니 부흥회나 특별한 행사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프로그램이 없는 게 프로그램일 정도로 우리들교회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는 목회의 본질에만 초점을 맞추며 그 길을 오롯이 걸어왔다”고 고백했다. ⓒ송경호 기자

변한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김 목사가 먼저였다. 그는 스스로 “지극히 평범했던 주부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주부로선 평범했을지 몰라도 여자로선, 아니 인간으로선 그다지 평범하지 못했다. 장로 가정이었지만 유교적 가풍이 강했던 시집에서 그녀는 숨을 죽여야 했고, 남편 역시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 목사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말씀을 붙드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그 안에서 길을 찾고 싶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말씀은 점점 그녀의 삶으로 젖어들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는 김 목사가,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이 바로 ‘죄’다. 그리고 그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또한 알아갔다. 말씀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의 복(福)이 아닌 천국의 ‘팔복’을 사모하게 했고, 치욕을 무릅쓰고 믿음의 대를 이은 ‘다말’을, 그리고 이름도 없이 다윗을 도운 ‘마길’을 주목하게 했다. 사실 이 두 인물은 우리에게 요셉이나 바울처럼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김 목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하나님의 ‘구속사(史)’에서 없어선 안 될 이들이다. 그리고 이것이 김 목사와 우리들교회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우리들교회의 성장에 놀란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교인의 수가 몇인지, 눈에 보이는 건물이 얼마나 큰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휘문고 강당에 교인의 절반이 모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이는 “가정의 목적은 행복이 아닌 거룩”이라거나 “고난이 복”이라는 김 목사의 말에서도 잘 묻어난다.

그렇다면 김 목사와 우리들교회가 가진 가장 큰 관심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말씀’이다. 인터뷰를 위해 김 목사와 마주했을 때, “성도들이 여자인 김양재 목사님께 어머니와 같은 푸근함을 느껴 그렇게 죄를 잘 고백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물었다가, 그야말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 목사는 “내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기자가 가졌던 ‘편견’도 사라졌다. 김양재 목사는 ‘여자 목사’가 아닌 ‘목사’였다.

개척 11년, 이제 한국교회와 그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들교회는 지난 11년 동안 그들만의 색깔을 내며 한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열매도 맺었다. 김 목사는 이제 그 열매를 한국교회와 나누려 한다. 바로 오는 10월 20~23일, 우리들교회 판교채플에서 전국교회 담임목사와 사모 및 부교역자 1인(교회당 3인까지)을 대상으로 ‘우리들교회 목욕탕 목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 교회 개척 후 처음 여는 세미나다.

▲우리들교회는 지난 11년 동안 그들만의 색깔을 내며 한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열매도 맺었다. 김 목사는 이제 그 열매를 한국교회와 나누고자  ‘우리들교회 목욕탕 목회 세미나’를 개최한다. ⓒ송경호 기자

김양재 목사는 “이 세미나는 지난 11년간 하나님께서 우리들교회에 주신 은혜를 함께 나누고, 부흥을 허락해 주신 모든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라며 “11년 전 13가정과 함께 교회를 개척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들교회는 단순함을 통한 깊이를 추구해 왔다. 성도들이 자신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고 죄를 회개함으로써 상처와 중독 등에서 자유케 되자, 수많은 가정의 중수(重修)가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개척 후 10년 동안은 교회 자체의 건물이 없다 보니 부흥회나 특별한 행사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프로그램이 없는 게 프로그램일 정도로 우리들교회는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는 목회의 본질에만 초점을 맞추며 그 길을 오롯이 걸어왔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서로의 때를 밀어온 ‘목욕탕 교회’로서의 모든 것을 나누며, 겸손히 한국교회를 섬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것일지 모릅니다. 그 어떤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들을 통해 거룩을 이루어간다면, 결국 비범함에 이르지 않을까요. 저에게 있어 ‘땅끝’은 바로 제 자신입니다. 항상 말씀 앞에서 스스로를 점검하며 하나님께 쓰임받고 싶어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이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믿음의 동역자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