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청

교황 프란치스코는 7월 2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카세르타 남부 지역에서 대중 미사를 집전하며, 과거 가톨릭교회가 이탈리아 오순절파 교회와 교인들을 박해한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이 자리에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온 300여명의 개신교인들도 함께했다.

이날 교황은 개신교 지도자인 지오바니 트라에티노(Giovanni Traettino) 목사를 만나, 지난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 아래에서 가톨릭교회가 오순절파 교인들을 핍박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하고, 기독교인들이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프란치스코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당시에 친분을 맺었다.

프란치스코는 “당시 가톨릭은 핍박하는 이들 가운데 있었으며, 오순절파 교인들을 무시했다. 그들(가톨릭 교인들)은 거의 미친 것 같았다”면서 “난 가톨릭교회 목자로서, 여러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죄악에 이끌렸던, 나의 형제·자매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지난해 가톨릭교회 수장으로 임명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중동 지역 순방 기간 동방정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단절되어 있던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관계 회복에 앞장섰다. 또 미국 개신교 목회자인 조엘 오스틴, 케네스 코플랜드, 제임스 로빈슨 목사를 비롯해 유대교·무슬림 지도자들과도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어 과거 가톨릭교회가 행했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복음주의교회연맹(Italian Federation of Evangelical Churches) 루카 바라토(Luca Baratto) 목사는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교황의 사과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순절파 기독교인들이 파시즘 정권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화를 먼저 꺼낸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을 ‘나의 사랑하는 형제’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 트라에티노 목사는 “복음주의 공동체는 이번 교황의 방문에 깊이 감사한다. 이는 최근까지 생각할 수 없던 일”이라고 했다.

교황은 트라에티노 목사의 사택에서 개인적으로 만난 후, 인근에 위치한 복음주의연합교회(Evangelical  Church of Reconciliation) 공동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8월 방한을 앞두고 있으며, 2015년에는 미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