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조주석 목사, 박영선 목사, 김관성 목사. ⓒ이대웅 기자

최고의 강해설교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영선 목사(남포교회)의 설교 사역 30주년 기념 북콘서트가, 복있는사람·영음사 주최로 22일 오후 서울 잠실 남포교회 본당에서 성도들과 목회자·신학생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박영선 목사는 최근 복있는사람에서 설교선집 3부작 <믿음>·<성화>·<교회>를, 영음사에서 최근 강해설교를 마친 <박영선의 욥기설교>를 펴냈다. 이날 북콘서트는 조주석 목사(영음사 출판국장)의 ‘박영선 목사의 설교’ 발제, 김관성 목사(덕은침례교회)와의 대담, 특순, 특강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균형감각 가지려면 욥도, 엘리바스도, 엘리훗도 되어 봐야
번호 따라 선 그었을 뿐… 그림은 하나님께서 그려 주셨다

박 목사는 대담 중 ‘하나님이 누구신가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설명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폭이 있고, 신랄하고 표독한 메시지가 담겨 있으면서도 믿음으로 살지 못하는 이들을 격려할 수 있는 균형감각의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제가 (고난받은) 욥도 되어 보고, (욥을 정죄했던 친구들인) 엘리바스도, 엘리훗도 되어 보고 했기 때문”이라며 “나락에도 천상에도 가 보고, 울어도 웃어도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번호를 따라 선을 그었을 뿐이지만, 하나님께서 그림을 그려주셨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화(聖化)에 대해 ‘고상한 신학 이론일 뿐, 삶 속에서 실제로 경험할 무엇은 아닌 것 같다’고 고민하는 데 대해선 “근본적인 문제는 성화를 도덕성과 종교성이라는 척도로 재기 때문에 나아진 게 없게 없어 보이는 것”이라며 “루터와 웨슬리, 오순절이나 신비주의자들과 달리, 개혁신학에서는 천만 뜻밖에도 성화를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와 함께 실제로 죽은 것처럼, 예수를 믿으면 모든 성도들에게 성령께서 오셔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연합하게 된다”며 “여러분을 부르시고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게 하신 그 능력이 평생 함께하시지,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또 “성화는 확인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고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것”이라며 “우리는 자신이 신앙을 제어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결심과 능력보다 크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하면, 그나마 (성화를 위해) 노력하던 것도 안 한다”며 “고쳐서 하려면 더 힘들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잘못 배우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잘 알아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스로 성화에 대해 확인할 수 없으니 안심하기 위해 자꾸 뭔가 조작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 안 믿으려고 발버둥쳐 보시라, 불가능하다”며 “성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백이요 그 자리”라고도 했다.

기독교인의 성화는 ‘텍스트’ 커지는 것… 예수 알아야 가능

‘불신자들의 인격적 성숙과 기독교인의 성화 사이의 다른 점’에 대해서는 “불신자들의 성화는 산이 크고 숲이 짙어지고 그릇이 크는 것 같은 ‘컨텍스트’에 대한 것이고, 기독교인들의 성화는 ‘텍스트’가 커지는 것”이라며 “그릇 재질이 플라스틱이냐 알루미늄이나 크리스탈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담고 있느냐의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목사는 “일반 사학자들에게 역사란 반복이지 죽었다 깨도 거기서 아무런 의미를 건질 수 없고, 사회가 나아졌다는 말도 물질문명과 경제력의 수준일 뿐 내용 면에서는 나아진 게 없음을 모두 알고 있다”며 “텍스트가 크는 것은 예수를 모르고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수를 믿으면 깨진 바가지라도 상관 없다”고도 했다.

▲남포교회 본당에서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욥기와 관련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려면 고통과 고난이 꼭 있어야 하는가’라는 푸념에는 “이는 하나님의 방법이자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에 속한 것으로, 하나님께서 그 방법을 택하시고 그렇게 일하시면 그것이 최선”이라며 “우리는 이뤄진 다음에는 예수가 처녀의 몸에서 나왔다거나 고난과 죽임 당하셨음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직접 당하면 다 어려운 법이다. 성경에서 늘 그리스도의 고난과 성육신에 대해 들으면서도 절대로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그렇게 살게 되면 억울해서 죽으려 하고 아우성치면서 빨리 해결해 달라고 한다”며 “자주 쓰는 표현인데, 우리는 그럴 때 ‘다시는 하나님 찾아올 일이 없게 해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곤 한다”고 전했다.

하나님을 무서운 분으로 표현한다고? 막다른 골목에 가야

박 목사는 욥기 설교에서 하나님을 ‘무시무시한 분’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젊은이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그건 모르겠다. 결국은 막다른 골목에 가야 한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목사는 “보통 건강하고 시간 있고 돈 갖고 있으면 도망간다”며 “그런데 몰고 몰아서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자리로 넣으셔서 ‘어떻게 할래?’ 하고 나타나시면 대책 없이 ‘살려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이게 뭔가’ 하는 순간이 오는 걸 본인 스스로 안다”며 “이걸 반복할 순 없지 않나. 여기서 제가 가진 전제는 ‘시간’으로, 역사와 시간이라는 컨텍스트가 누적돼야 텍스트도 많이 담길 수 있다”고도 했다.

다음으로는 설교와 목회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설교를 ‘단선적·단편적이었고, 후배들이 넘어서 주기를 원한다’고 한 이유를 묻자, “우리 인간은 다 보병”이라고 답했다. 조종사가 없고, 조감도도 없으며, 이는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다는 것. 박영선 목사는 “보병이 더 많은 짐이나 더 많은 화력을 가질 수 있지만, 공중에 떠서 볼 순 없지 않느냐”며 “각자 자기 길을 가는데 직선으로만 갈 수 없고, 밀림을 뚫고 지나가듯 벽에 부딪치면서 반사하듯 간다”고 했다.

박 목사는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 하나님께서 진정한 보병들 사이에서 충분히 일하실 수 있고 예수는 그 시공에 넣으신 구체성을 갖는 분이심을 이해하면 여러분의 인생을 사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치훈 바둑기사가 ‘목숨 걸고 둔다’고 하지 않았나. 선배한테, 스승한테는 이겨야 보은하는 것”이라며 “후배는 선배를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 유일한 조건은 뒤에 태어나는 것이고, 그 자격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2007년 이후 설교의 차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견해에는 “정용섭 목사가 제 설교를 비평한 후로, 그때 어른의 안목을 갖고 책임감을 갖게 됐으며 역할이 다름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역할이 다르기에 화음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평과 실력과 전문성을 갖출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 놓고 제 길로 가게 됐다. ‘난 몰라’ 이렇게 됐다”고도 했다.

교인들이 다시 설교 들으러 오는 것 보며 ‘30년 내내’ 놀라
주일성수하고 술·담배 안 하면 만사형통이고 신자다움인가 

▲답변하고 있는 박영선 목사.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를 지배하던 전도와 선교 열풍 속에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다른 메시지를 선포해 오면서 불안감이 없으셨느냐”는 물음엔 “30년 내내, 주일마다 놀라고 있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우리 교인들이 다시 설교를 들으러 올까? 불평도 안 들어주고 막 뭐라고 했는데 다시 올까? 그러고 오면 늘 아는 얼굴이 앉아 있더라”며 “설교자는 현실과 맞서 세상의 위협을 뚫어내는 싸움을 해야 하기에 굉장한 담력이 필요하고, 설교단에 섰을 때 제정신으로 용감하기도 만만치 않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한 메시지를 전한 까닭은 “제가 자라던 시기는 윤리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로, 신자다움을 주일성수하고 술·담배 안 하는 것으로 몰고 가니 죽겠더라”며 “그렇지만 인생을 그거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주일성수하고 술·담배 안 하기만 하면 만사가 형통한가? 이렇게는 못 살겠다면서 성경에 대들었고, 은혜를 주시니 모든 질문과 도전과 의심에 하나님께서 답하셨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술·담배로 신앙의 전부를 삼는 분위기에서 그렇게 설교하시면, (교인들이) 술·담배를 마음껏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강제력으로 하면 신앙이 생기지도, 커지지도 않다는 걸 깨닫고는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그걸 핑계 삼아 마음대로 하려면 하라. 강제력이 아니고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야 하는 거라면, 그 메시지가 더 중요한 텍스트를 가리고 있다면 걷어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초창기 다른 교회 장로에게서 온 전화도 소개했다. “술·담배를 못 끊겠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는 거에요. 전화하는 곳마다 욕 먹고 마지막으로 젊은 목사한테 전화를 한 겁니다. 딱 보면 모릅니까, 편들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들키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웃음).”

설교 이해하는 사람이 아닌 녹아드는 사람이 최고의 청중

‘20세기 최고의 강해설교가 마틴 로이드 존스를 만든 것은 웨스트민스터채플 성도들이라는 말이 있듯, 남포교회 성도들이 설교에 미친 영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 목사는 이에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자유주의의 도전 앞에 진리를 세우는 보수주의의 대표로 세우신 분이시지만, 청중들은 그의 설교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저 강하게 이야기하니 안심하고 좋았을 테고, 존스 목사님은 신이 나서 자기 사역을 감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우들이 와서 제 설교가 좋다고 이야기하시지만, 내용을 얼마나 알아들으시겠느냐”며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와서 녹아드는 사람이 최고의 청중이다. 그러면 제가 신이 나서 설교한다”고 했다. 또 “성도님들 99%는 목회자나 구역장 등 앞의 누구에게 그저 맡기고 뒤따라가신다”며 “이는 하나님께서 대부분에게 베푸시는 은혜로 방향을 잡을 뿐이고,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신호등 같은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하나님께서는 하나가 아니라 여기서 저기까지, 아무도 도망갈 수 없는 넓고 넓은 폭으로 여러분을 담고 계신다”며 “여러분과 저는 명예의 자리에 있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명예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복 있다”고 했다.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 그동안 ‘철자’를 가르치기 위해 ‘받아쓰기’ 시켜
최소한 ‘문장’ 만들고 싶은데, 철자 다 맞추고 갈 수는 없다

별다른 프로그램 대신 말씀 사역에 집중하는 ‘교회론’에 대해선 “신학적 이유는 없고, 한국교회는 그동안 철자를 가르치기 위해 ‘받아쓰기’를 시켜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소한 ‘문장’을 만들고 싶은데, 철자를 다 맞추고 갈 순 없다.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로 길이 열리고 자극을 받고 재미를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설교’의 비법에 대해선 “1976년 우연히 신학교 서점에 들렀다 로이드 존스의 산상수훈 설교를 만나 꽂혔는데, 그게 하나님 은혜였다”며 “로이드 존스의 로마서와 에베소서, 산상수훈을 한국식으로 번안해 설교하면서 실력이 늘었고, 어느 때쯤엔가 제 설교가 되고 거기서 더 나아가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흉내를 낸다는 것은 이런 일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방법인 것 같다”며 “실력이 늘 때까지는, 어느 수위가 되기 전엔 아무리 받아도 물이 안 찰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전체가 차서 실력이 생길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따라오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아직 강해하지 않은 책들 중 다뤄 보고 싶은 책’으로는 시편을 꼽았다. 박 목사는 “시편은 말하자면 한 편 한 편이 모두 욥기와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면 욥기 전체를 강해했던 것처럼 150회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설교 사역을 내려놓은 이후의 삶에 대한 구상은 “안 가본 길이니 모른다”며 “예상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여러분들이 예수를 믿은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어느 교회에 갈지도 사실 거의 예상하지 못한 일 아니었느냐”며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자기 계획과 취향 하나로 만들지 않고 몰랐던 삶끼리 묶어서 영향을 받는 가운데 하나님은 일하신다. ‘하나님, 저는 가 보겠습니다’ 하는 것이지, 다음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