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예장통합 김동엽 총회장, 기감 박계화 감독회장 직무대행, NCCK 정성진 서기, NCCK 박종덕 회장(구세군 사령관), 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 NCCK 김영주 총무, 기장 김영진 장로부총회장, 루터회 김철환 총회장. ⓒ류재광 기자

19일 오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교관에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진행한 NCCK 회원교단장들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가장 강조한 점은, 엄청난 비극으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는 만큼 한국교회가 자중하고 기도에 집중하며 이 기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들은 부활주일 이후인 21일부터 가정주일인 5월 11일까지를 ‘슬픔을 당한 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 공동 기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또 “미안합니다”라는 제호로 현수막·상징물을 내걸고, 각 교회가 기도처를 만들도록 하자고 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십시일반해 현장에 있는 이웃들을 돕고, 현재 안산 지역 교회들이 월·화·목·금 진행하고 있는 촛불기도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교계가 우리 사회를 잘 돌보지 못한 점을 반성하는 공동기도문과, 어린 생명들이 더 이상 허무하게 죽는 일이 없도록 촉구하는 대정부 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내일(20일) 열리는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에 앞서 특별기도회도 진행한다.

이날 긴급회의에는 NCCK 박종덕 회장(구세군 사령관)과 김영주 총무 및 정성진 서기, 예장통합 김동엽 총회장, 기감 박계화 감독회장 직무대행, 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 기장 김영진 장로부총회장, 루터회 김철환 총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박계화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감리회는 부활절 이후 각 연회가 열리는데, 감독님들께 이 기간 애도의 시간을 가져 달라고 부탁드렸다”며 “특히 제가 감독으로 있는 경기연회의 경우 원래 회의 장소가 안산으로 예정돼 축제와 같은 연회를 기획하고 모든 준비가 끝났으나, 현재 안산이 애도 분위기여서 수원으로 긴급히 옮겼다”고 했다.

박 직무대행은 “제 관할 지역에 있는 지방 중 4개 지방이 이번 사건에 해당되고 실종자 명단에 16명이 포함돼 있어, 이번 일이 굉장히 피부로 가깝게 느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안산에 있다. 안산에서 기도하고 대책위를 세우고 촛불집회를 인도하려 한다”고 했다.

김근상 의장주교는 “성공회의 경우 예전상 부활절이 축제 기간이고 그 이후에는 전 성직자가 안식차 연수를 떠나는데, 일체의 행사를 중지시키고 교회를 떠나지 말라고 했다”며 “서울주교좌성당 앞 평화의 기도처도 추모처로 바꾸고,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꽃을 준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날 진도 현장에 다녀왔다는 통합 김동엽 총회장은 “비기독교인들까지도 위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현장은 너무나 큰 허탈과 원망에 휩싸여 있고, 피해자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정”이라며 “우리가 마치 기독교인만 챙기는 듯한 모습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처와 언론 보도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부 발표가 오락가락하는 등의 문제는 시정돼야 하며, 언론들도 지나친 취재 열기로 인해 오보를 내거나 충격에 빠진 피해자들을 붙들고 무리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의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근상 주교는 “구조하는 이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욕을 먹고 있는데, 그들을 위로해야 한다”며 “신앙인으로서, 혹은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좋은 모습을 찾아내 감동을 줘야지, 모두 나쁘다고 하면 그 책임은 또다시 우리가 다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동엽 총회장은 “정부에서는 선거에만 관심을 갖는데, 정부 차원에서 선거를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구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 의견으로는 각 교회가 애도의 기간을 보내고 부활절 헌금을 이번 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 현장 구호는 진도기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할 것, NCCK가 사고 지역의 교회와 함께 추모예배를 드릴 것 등이 제시됐다.

김 총회장은 현장 상황에 대해 “체육관과 바닷가 두 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체육관의 경우 자원봉사자가 부족하지 않지만 바닷가 쪽은 일손이 급히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그곳에서 활동 중인데 곧 철수한다고 하니, 우리가 그곳을 인수받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이에 교단장들은 현장의 필요를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회의를 마치고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마련된 기도처에서 헌화·기도하는 참석자들. ⓒ류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