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9호실에서 열렸다. 판결에 쏠린 관심을 대변하듯 공판 30분 전인데도 이미 앉을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의자 뒤 뒷공간까지 빽빽히 자리했다. 법정으로 통하는 문에서는 경찰들이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했지만 밀려드는 사람들 탓에 소용이 없었다. 법정 뒷공간에서만 70여명의 사람들이 마치 출근시간 지하철 객차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40여분간 서 있어야 했다.

공판이 시작되고 30여분이 지난 시각, 부장판사의 입에서 “징역 10년”이라는 말이 떨어졌다. 청중들은 일제히 탄식을 쏟아냈다. 일부 JMS 신도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판결이 끝나자 법정을 나가는 사람들은 “말도 안 돼”, “어떡하나” 등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눈이 벌개진 여성들은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에 청원경찰들을 배치했으나, 참관한 사람들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가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 정명석 씨는 별다른 말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정 씨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생년월일을 묻는 재판부의 물음에 이를 밝히기 싫은 듯 옆사람에게 되물으며 대답하지 않다가 재판부가 “OO년 O월O일생 맞습니까?”라고 묻자 그제서야 “예”라고 답했다. 정 씨는 퇴장할 때까지 뒤쪽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왜 ‘징역 10년’ 중형 선고됐나

▲재판정 모습. ⓒ최우철 기자
서울고법 형사9부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려 4년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며, 피고인의 보석 신청도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정 씨의 주장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입증이 필요하지만, 정 씨가 중국에서 했던 진술 등을 토대로 했을 때 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피해자들의 나이와 지위, 사건의 종류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이를 꾸며낸 일로 보기 힘들다”고 사실상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형량이 4년이나 늘어난 것은 1심에서 일부 무죄 선고된 혐의들을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여신도 A씨에 대한 준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던 1심과 달리 “A씨에게 성적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피고인의 증언 등으로 인정되고, A씨가 당시 신체접촉을 종교적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1심의 무죄 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유죄 선고했다.

B씨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도 1심과 달리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씨의 상해를 입증할 병원 자료 등을 분석해 보면 정 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 씨에게 “종교 지도자인 것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혼란과 정신적 충격에 빠뜨렸고,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도 극심하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나 정명석 씨가 1주 내에 상고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